‘엠바고(embargo.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보하는 것)’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소말리아 해적들에 의해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실패 뉴스를 보도한 <부산일보>, <아시아투데이>, <미디어오늘> 기자들에 대한 정부의 출입제한 및 보도자료 배포 금지 조치가 결정되면서 엠바고 문제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선원 및 군인들의 생명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엠바고를 깬 것과 관련해 제재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들은 실제 출입기자단 소속이 아니었기에 엠바고 자체가 성립될 수 없으며 이미 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해 구출작전 실패가 알려진 상황에서 기사삭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11일 국회에서는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주최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국민의 알권리 보호’란 주제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에 따른 엠바고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 3월 11일 국회에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국민의 알권리 보호' 토론회가 열렸다ⓒ권순택
엠바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엠바고 많아…기자들 스스로 뛰쳐나와야”

발제를 맡은 박상건 성균관대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3사의 언론매체 보도로 인해 2차 작전에 전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산일보>는 국방부 출입기자단도 아니었다”며 “엠바고 요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유례없는 취재제한 조치는 일종의 위축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건 교수는 “엠바고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유독 청와대에 엠바고와 오프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의 엠바고는 대통령 뿐 아니라 참모들까지 많아 ‘고위관계자’ 등의 익명보도가 많아 기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행정관에 기사를 보여주고 쓰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엠바고가 지극히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2010년 6월 <한겨레>과 <경향신문>은 엠바고를 수용하지 않고 한미정상회담 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해 징계 받았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보도한 <중앙일보>는 제외됐다.

▲ 박상건 교수ⓒ권순택
박상건 교수는 “소셜네트워크 등 인터넷 대중화는 기존 전통 매체들의 파괴를 의미한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1인 미디어가 항해 중인데 이런 불특정 개개인들에게 기존 출입처의 엠바고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미 인터넷에 보도된 기사를 인용했는데도 과도하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인터넷 언론 보도 가치 자체를 낮게 보는 오만과 편견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엠바고는 신사협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문제지만 이명박 정부 하에서 같은 출입처 기자들이 동료 기자를 징계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며 “동료 징계에 면역력을 잊고 직원으로 출입하는 관행이 이런 논란을 부추기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기자들 스스로에게 채운 전자발찌에서 뛰쳐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사회를 본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엠바고가 상호간 신사협정이라면 기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기자들 스스로 엠바고에 대해서 어느 선까지 받아들여 왔는가 등에 대해서 스스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중 변호사(법무법인 해승 대표) 역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의 엠바고 사태는 법률적 근거 없이 한 행정처분”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언론의 자유에 관한 후진국으로 평가하는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류춘렬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역시 “엠바고를 파기하는 것은 기자의 양심이기 때문에 정부쪽에서 처벌 등에 대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정부조처는 심했다”고 동조했다. 류 교수는 조중동광고불매운동에 비판적 입장을 개진하는 등 보수언론학자로 알려졌다.

한편,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경우는 다르더라도 노무현 정부 말기 취재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기자실 폐쇄조치가 진행된 바 있다”며 “권력이 언론을 길들이려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함께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화부, “언론탄압 아냐” VS 아시아투데이, “총리실에서 점검까지”

이날 토론회에는 <부산일보>, <아시아투데이>, <미디어오늘>에 대해 한 달의 출입정지 및 보도자료 배포 중단 조치를 결정했던 문화부 최원일 국정과제홍보과장이 참석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 관련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국방부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최원일 과장은 “SNS 등 인터넷이 발달한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에서 보도자료를 안 준다고 해도 다 받아쓸 수 있다”며 “언론자유의 심각한 탄압이 아니냐는 비판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률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한 것으로 언론탄압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시아투데이> 편집국장은 “청와대 출입기자에서 등록이 취소되면 향후 1년간 신청할 기회가 없을 뿐 아니라 신청하더라도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린다”며 “MB정권 내에서 <아시아투데이>, <미디어오늘>은 청와대 관련 일체의 취재를 못하게 한”,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취재를 제한한 정부부처로부터 ‘매일 총리실에서 점검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전화를 다섯 통이나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혜숙 의원은 “엠바고 제재가 언론사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신사협정으로만 치우치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의 기준을 둘 필요성은 있다”며 토론회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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