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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비리 의혹, 모른 척 해선 안 된다가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등 분명한 입장 표명해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0.30 08:42

[미디어스] 개혁을 주장하는 정권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조건에서 돈은 무조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문제는 돈을 버는 방법이 얼마나 정당한가이다.

최근 제기되는 의혹들은 이 정권의 요직을 차지한 사람들이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돈을 벌려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났으며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책임있게 답해야 할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 등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29일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대한 고발장과 진정서를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에 냈다. 전날 JTBC가 이강래 사장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가 도로공사의 가로등 사업 등과 관련 독점 계약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 폭리를 취했다는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속해있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이강래 사장을 임명한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JTBC 등 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전형적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 가로등에 쓰이는 부품 납품 계약을 인스코비라는 회사와 맺었다. 인스코비의 최대주주는 주식회사 밀레니엄홀딩스인데, 이곳의 대표이사는 이강래 사장의 둘째 동생이고 셋째 동생은 사내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이강래 사장의 배우자도 인스코비의 자회사 주식 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강래 사장과 도로공사 측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첫째로 해당 사업은 이강래 사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진행해 오던 사업이고, 둘째로 도로공사가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한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이 다시 부품업체를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강래 사장과 도로공사는 이 내용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의 의혹은 우연이 겹친 결과일 뿐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역시 인스코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면서 처분했다는 점까지 더하면 석연찮은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강래 사장 일가 등이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종류의 사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라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른바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일명 ‘경찰총장’ 윤모 총경을 29일 재판에 넘겼는데, 혐의 중에는 자본시장법 위반이 포함돼 있다. 윤모 총경이 큐브스 대표를 지낸 정 모 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큐브스 주식 수천만원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경찰 역시 이 혐의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윤모 총경은 같은 문제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도 받고 있다.

주주자본주의론자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중대한 시장교란행위로 판단한다. 현행 법률도 이에 대해서는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불공정한 거래가 곧바로 다른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지는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미공개 정보’는 1차적으로 내부의 이해관계자를 통해 활용되는데, 내부인이 스스로 투자에 활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로비 등 또다른 이해관계의 반영을 위해 쓰이는 일이 많다. 결국 권력을 가진 쪽이 미공개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도 큰 것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윤모 총경은 이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했을 정도로 권력과 가까운 인사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역시 코스닥 상장업체 WFM 주식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모펀드운용사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조국 전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 씨가 2차 전지 소재 생산시설 가동 계획 등 호재성 정보를 정경심 교수 측에 미리 알려줬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은 거래가 이뤄질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직접 매입 자금을 이체했다는 의혹까지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이라면 위법에 해당하는지 아닌지가 최종적으로 밝혀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권력의 핵심부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 이런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이다. 개혁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서는 정작 개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한 일에만 몰두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선 이런 일들이 ‘게이트’로 비화되면서 권력이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 등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감 표명의 수위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가 관심사다. 도의적인 책임을 언급하며 면피를 하기보다는 파격적 수준의 대책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여당 대표뿐만이 아니라 청와대도 책임 있는 인사를 통해 실효성 있는 공직기강 대책을 포함한 입장 표명을 내놔야 한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과단성 있는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면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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