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스쿨 김태원 편은 마치 한편의 강렬한 영화를 본 것 마냥 가슴을 울렸습니다. 역시 위탄의 주인공은 김태원인가 봅니다. 이제 다른 멘토들의 이야기가 이어질 텐데요. 너무도 강렬한 김태원의 이야기 때문에 다른 멘토들이 너무 초라해 보이지는 않을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멘토스쿨은 한 달여 동안 집중 지도가 있은 후, 4명의 참가자 중 2명만이 선택되는 시스템인데요. 김태원의 '외인구단'은 손진영, 이태권, 양정모 그리고 백청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태원이 이들을 선택했을 당시, 이태권을 제외하고는 다들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그만큼 김태원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깊은 고뇌가 있었던 선택이었지요.
그런 선택을 받은 사람들인 만큼 이들 역시 멘토 김태원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기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제자가 물었습니다. '우리 중 1등이 나올까요' 김태원이 답했지요. '1등에 연연하지 말자.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 너희들의 삶이 더 중요해' 비록 프로그램으로 만난 인연이지만 삶을 관통하는 가치를 건네주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단기간의 영광보다는 음악인으로서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은 진심을 느낄 수 있었지요. 방송프로그램의 멘토가 아닌 삶의 멘토말입니다.
결국 한 달여 간의 지도가 끝나고 마지막 평가가 있었지요. 부활의 콘서트를 앞두고 말입니다. 마지막 평가인 만큼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참가자들이었는데요. 저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에 숙연해지는 무대였습니다. 부활 콘서트의 앵콜무대는 대체로 김태원의 무대였다고 하는데요, 이 마지막 무대에 김태원은 예상을 깨고, 합격한 이들이 아닌 탈락한 두 명을 세웠습니다. 그들에게 마지막 콘서트를 선물해주었지요. 합격한 이들에게 영광을 준 것이 아니라, 탈락한 자들에게 꿈을 선물한 그의 배려에 울컥해지더군요.
노래 자체에 울고, 무대의 주인으로서 울고, 자신의 꿈에 울고, 위대한 사람의 마음에 울었습니다. 이 눈물 때문에 손진영은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할 겁니다. 김태원은 그를 탈락시켰지만 그의 꿈을 지켜준 거지요. 그런데 한 가지 여운이 남네요. 김태원이 손진영에게 약속했던 게 있습니다. 그를 제자로 선택하면서 손진영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그를 왜 선택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근데 이날 그 이야기가 없었네요. 혹시 또 다른 반전이 있는 건 아닌지 여운이 남습니다. '노래를 처절함부터 배운 게 안타깝다'는 김태원의 말과 함께 말이지요.
지난주에 깜짝 놀란 소식을 접한 바 있습니다. 김태원이 멘토스쿨을 진행하는 동안 위암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말입니다. 수술 후 불과 3일 만에 의료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콘서트 무대에 선거지요. 그리고 두 사람을 떠나보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쉰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는 힘차지 않았지만, 그가 진정 강한 남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방시혁은 많은 스타를 키워낸 성공한 프로듀서입니다. 그는 유능한 트레이너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성공만을 함께 향유할 수 있을 뿐, 인생을 공유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패마저도 감내해주며 삶 자체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쓰고 자신의 마음을 보태주는 사람, 같은 길을 함께 걷지만 조금 앞서서 기꺼이 의지가 되어주는 사람, 이런 사람을 우리는 스승이라고 부릅니다.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김태원은 '나의 제자 두 분을 소개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김태원의 영원한 제자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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