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의 간판 차원을 넘어 그 팀을 대표하는 수준까지 올라간 선수를 두고 우리는 '프랜차이즈 스타(Franchise Star)'라고 말합니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개인적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기여를 한 선수들을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하면서 크게 치켜세우곤 합니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는 것조차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 오늘날 꾸준한 활약 뿐 아니라 팬들의 사랑까지 받으며 영웅으로 추앙받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보면 참 대단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팀 입장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는 자랑거리이자 보배와 같은 존재입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으로 여러 효과를 얻으면서 동시에 그 선수의 활약상에 걸맞게 깍듯한 대우를 해주며 스타의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그렇게 선수와 팀, 그리고 팬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낸 '프랜차이즈 스타'는 그 팀의 역사이자 자랑거리요, 나아가 스포츠 역사 전체를 빛내는 영웅으로도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이미 해외축구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어느 정도 활성화돼 있습니다. 유소년 시절부터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며 바르사 축구의 아이콘이자 세계 축구의 영웅으로 떠오른 리오넬 메시, 20년 넘게 AC 밀란 유니폼 하나를 고집하며 이탈리아 수비의 핵으로 손꼽혀온 파울로 말디니, 맨유에서만 25년을 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등이 대표적인 축구 프랜차이즈 스타입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하나의 큼지막한 스토리를 엮어 나갔고, 이에 열광하는 팬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이제는 지역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스타들이 된 케이스들입니다.

▲ 황선홍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13일 경북 포항 송라 스틸러스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0.12.13 Ⓒ연합뉴스
하지만 K-리그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릴 만한 선수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필드 플레이어같은 경우, 선수 자체가 어느 정도 국가대표급으로 인정받으면 해외나 팀 사정이 좋은 쪽으로 눈길을 돌리다보니 이제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부를 만한 선수가 거의 전무합니다. 그나마 프랜차이즈 스타가 어느 정도 존재했던 골키퍼 역시 수원 삼성 창단 멤버였던 이운재가 올 시즌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하면서 대전 시티즌의 최은성 정도만 남게 된 실정입니다.

선수도 선수지만 팀이 그만큼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갖게 만든 게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한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팀이 그만큼 그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대우를 해줬는가에 대한 의문은 프랜차이즈 스타 부재라는 약점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K-리그 어떤 구단 하면 딱 떠오르는 선수가 이제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는 K-리그의 가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인데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올 시즌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우기 위한 K-리그의 자발적인 노력이 어느 정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럽습니다. 그 시작은 바로 선수가 아닌 감독에서 비롯됐는데요. 신태용 성남 감독을 시작으로 윤성효 수원 감독, 그리고 올해 친정팀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포항 감독까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K-리그에 풍성한 재미와 추억거리를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셋은 각 구단이 최고 전성기에 있을 때 맹활약했던 선수들로 각 팀 역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스타 출신 지도자들인데요.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이들을 감독으로 불러들여 선수들에게 각오를 다지게 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는 팀의 의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 감독에 부임한 것은 여러가지 장점과 특징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과거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 선수들이 감독이 돼 팀 후배들을 지도하며 자긍심을 심어주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등 '스타의 귀환'이라는 스토리라인을 구성한 사례가 많아진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가뜩이나 '볼거리가 없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K-리그 입장에서도 이 감독들의 활약에 따라 관심, 흥행과도 연결이 돼서 모처럼 재미난 스토리라인도 구성하고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돼 가치 있는 리그 만들기에 좋은 영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내외적으로 다양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K-리그 흥행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세 감독이 어떤 결과를 올 시즌에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팀들을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볼거리를 갖고 지지할 수 있는 요소가 생겨 아주 흥미로운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K-리그 전체 흥행, 관심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한 팀에 오랫동안 꾸준하게 뛰기를 바라는 선수들에 어떤 자극제를 가져다줄지, 분명한 것은 충분히 K-리그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이들이 어느 정도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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