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장외집회도 일단 마무리 됐다고 하니 조국 장관 문제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언론은 “공은 여의도로 넘어왔다”고들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고 이 문제가 다가오는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큰 만큼 조국 장관의 구체적인 퇴진 시나리오도 나온다.

언론이 보도하는 집권 여당의 출구전략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애초 예상 시점보다 앞당겨 이번 달 말에 처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개혁이 완료됐다는 명분을 확보하고 조국 장관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법안 처리 이후 조국 장관 관련 수사는 공수처가 맡게 될 것이라고도 보도하고 있다. 이 경우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가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을 듯 하다.

지난 8월 29일 오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구상의 장애물 중 하나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표결 처리는 선거법 개정안부터 하자는 게 애초 합의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당장 선거법 관련 합의를 이뤄 원래 합의대로 선거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를 이번달 말에 끝낼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 전 조국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표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선거법 개정안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평가되는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관계 변화도 이 맥락에 비추어 제기해볼 수 있다. 그간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안 처리 등 개혁적 정책의 추진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과의 밀월관계를 이어왔다. 이 연장선에서 정의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 마지막에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 여파로 당내외의 논란에 직면하자 심상정 대표가 사과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앞으로도 이 ‘밀월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최근 심상정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삼성공장 방문을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바로 “조선일보 해석을 닮았다”며 반격에 나선 것도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부터 처리한다는 애초의 합의를 더 쉽게 뒤집을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부터 하자는 합의는 여당의 관심사인 검찰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먼저 될 경우 개별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이 낮아지면 보수정치의 정계개편 논의도 자유한국당으로 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면 양당 구도 복구를 향한 원심력이 한층 강해지고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처리 합의를 고리로 형성됐던 전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조국 장관 문제의 여파는 여의도에 그치지 않는다. 권력기관과 언론을 향한 후폭풍도 문제다. 최근 ‘유튜브 언론인’을 비롯한 여당 지지자들이 공영방송을 흔든 사례도 있지만, 한겨레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의혹을 보도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확인된다.

한겨레가 후속보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도 내용에 대한 반박은 사방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14일 검찰과거사위의 김학의 사건에 대한 최종보고서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어떻게 친분을 맺게 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기존 보도에 대한 검찰의 해명과는 충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도 이후에도 윤중천 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던 김영희 변호사는 이날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조사단 활동 당시 윤중천 씨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진상조사단에 강제수사권 등이 없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윤중천 씨 본인이 부정하고 검찰과 법무부, 진상조사단 구성원 등이 모두 당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의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도 내용 자체보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서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의심이 오가는 것 같다.

첫째는 정권 핵심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기획한 보도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보수야당이 주로 내놓고 있다. 둘째는 검찰이 일종의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영희 변호사는 진상조사단에 정파적 의미를 부여해 과거사 조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검찰의 시도일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는 검찰의 ‘버닝썬’ 등 관련 수사 물타기를 위한 청와대 관계자 일부의 ‘단독플레이’라는 설이다. 최근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가 김학의 사건 재조사를 이슈화해 ‘경찰총장’ 관련 이슈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주장의 근거다.

그런데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든 경찰과 검찰의 갈등이든, 아니면 과거 진상조사단과 검찰 또는 언론 사이의 갈등이든, 양상이 정권 내부의 충돌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은 문제다. 이런 상황은 개혁의 당사자이거나 그 수단이 돼야 할 기구들이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들 수 있다. 앞서 여의도 정치의 문제도 마찬가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의 여파가 정권 핵심부의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쯤되면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고 점검해야 한다. 제대로 된 대안은 제대로 된 평가로부터 나온다. 과거 정권들은 이 시점에 판단을 잘못해 불행한 결과를 맞이했다. 이 정권 역시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인지 이제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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