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겨레가 2030세대를 겨냥한 젠더 미디어 ‘슬랩(slap)’을 내놓았다. 페미니즘을 앞세운 콘텐츠로 기존 국내 언론사에서는 볼 수 없던 시도다.

14일 공식 출범하는 ‘슬랩(slap)’은 지난 한 달여 동안 유튜브 채널에 7개의 영상을 올리는 등 베타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준비 단계에서 29명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오디언스 리서치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K 페미 내러티브’, ‘쌈블레스유’, ‘눕방’ ‘100초 꿀팁’ 등 4가지 콘셉트의 영상을 선보였다.

[슬랩 눕방] 탈코 유튜버들이 사는 법 (feat. 악플 재벌🚨) (출처=슬랩)

런칭 이후에도 ‘슬랩’의 영상 콘셉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다. 베타 서비스 동안, 비교적 높은 조회수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젠더팀은 현재 ‘슬랩’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4000명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탈코르셋(이하 탈코)’과 같은 낯선 주제를 다뤘지만 지난달 16일 처음 올라온 영상은 조회수가 3만 회에 이른다는 것이다.

진명선 젠더팀장은 “첫 콘텐츠였던 탈코르셋 관련 인터뷰 콘텐츠만으로 업로드 2주 만에 조회시간이 2000시간이 넘었다”며 “(이러한 수치는)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시켰을 뿐 아니라 미디어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젠더 미디어는 ‘한정된 독자층’이란 레거시 미디어로서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한겨레 미디어기획팀에서 인터넷 기사 유입률을 분석해본 결과, ‘2030여성’ 구간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기존 기사로는 이들을 포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게 ‘젠더 미디어, 슬랩’이다.

진명선 팀장은 “초반에는 2030 남녀를 포괄할 수 있는 키워드로 ‘Fair(공정)’를 고민했지만 29명의 페미니스트를 만나 오디언스 리서치를 해보니 지금 시급하게 다뤄야 할 건 ‘페미니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건 수년 전이지만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는 “여전히 우리의 목소리가 충분히 대변되고 있지 않다”라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매체명 ‘슬랩’은 ‘젠더 감수성에 변화를 유도하는 가벼운 손짓’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영어단어 ‘슬랩’은 ‘빰을 찰싹 때리다’란 의미이지만 진 팀장은 “우리가 앞으로 성차별에 대한 여러 담론을 다룰 텐데 독자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순간 성 감수성을 알아차리는, ‘우리 모두 정신 차리는 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슬랩’의 영상 콘셉트는 크게 4가지다. 다양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와 정보를 담아내기 위해서다. ‘슬랩 눕방’은 페미니스트 사이의 연대·연결감을 살리기 위해 제작한 콘텐츠다. 유튜버 배리나와 정메지가 나와 탈코를 선언한 이후의 삶에 관해 얘기한 첫 번째 ‘눕방’ 영상은 2만9천 회 조회수와 더불어 위로가 됐다는 3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양한 페미니스트를 인터뷰하는 ‘K 페미 내러티브’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100초 꿀팁’은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주기 위한 콘텐츠다.

두 번째 주제로 고공 농성 중인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은 ‘쌈블레스유’는 현장 아이템으로 ‘슬랩’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맞닿아있다. 진 팀장은 “강남역 10번 출구 시위,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시위 등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현장을 기록하려고 한다”며 “앞으로는 20대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현장에 좀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슬랩'에 올라온 <[쌈블레스유] 톨게이트 언니들의 갑질 퇴치 이야기> (출처=슬랩)

‘슬랩’의 제작진은 기자 3명, PD 2명으로 전원이 여성 저널리스트다. ‘여자들의 뉴스룸’이라고 매체 설명을 붙인 만큼 2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게 목표다. 14일 정식 런칭한 ‘슬랩’은 유튜브 영상을 주요 포맷으로 뉴스레터로 내용을 보완하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홍보 채널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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