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의 변화가 연일 충격을 준다. 기존 코너인 <오늘을 즐겨라>와 <뜨거운 형제들>의 전격 폐지와 함께 시간대도 기존 일요 예능들과의 경쟁을 피해 오후 4시대로 옮긴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청률면에서는 다소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현재 아침으로 옮긴 꽃다발이 일밤보다 일찍 방영됐지만 그렇다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아닌 탓이다. 결과야 어떻든 간에 언 발에 오줌이라도 마다할 처지가 아니라는 초조한 심정을 그대로 반영한 방책일 것이다.

그러나 일밤이 시도하는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다. 신입사원의 여러 논란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일밤의 아나운서 오디션과 가수 서바이벌 두 프로그램에는 어디에도 웃기겠다는 의지는 발견할 수 없다. 버라이어티가 웃겨야만 한다는 강박은 요즘 없지만 그래도 웃기지 않은 버라이어티가 성공한 적도 없다. 단비의 충격적인 실패로 인해 닥치고 웃기겠다던 뜨거운 형제들과 오늘을 즐겨라의 신통치 못한 성적에 다시 다큐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그러나 단비와 우리 아버지가 완벽한 다큐 환경에서도 실패한 바 있어 그 판단이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1박2일이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의 독자적 맨파워를 형성해온 것이라면 유재석도 없는 일밤이 그나마 버텨온 것에는 전통적인 마니아들의 충성심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일밤이 뭘 하건, 보고나서 욕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본방사수에 나서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일밤 마니아들이 기대하는 일밤의 부활, 그 저변에는 양심냉장고, 느낌표 등의 감동 코드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전성기의 일밤의 감동은 항상 웃음이 동반했었고 그 웃음을 보장해주었던 이경규, 유재석, 김용만 등의 특급MC들은 현재 일밤에 없다.

2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을 맞은 일밤의 두 코너들은 끝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종영을 미리 알고 녹화에 임했던 뜨형에는 박명수가 그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고, 오즐의 경우에는 출연자들이 마지막까지도 종영사실을 몰랐다는 보도가 있었듯이 마지막에 자막으로만 종영 사실을 고지했을 뿐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도 없었다. 신설되는 신입사원을 홍보하기 위한 노력의 단 10%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이런 황망한 종영은 없었을 것이다. 미리 네 번의 아바타 소개팅을 마지막 팬 서비스로 준비해온 뜨거운 형제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어서 같은 일밤 코너면서도 참 다른 태도를 보였다.

시청률이 낮을수록 봐준 시청자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밤 오즐의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대다수가 외면한 프로그램에 애정을 보였던 시청자에 대한 감사하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무리 새로운 코너 준비와 희망에 부풀어 경황이 없다 할지라도 이렇게 성의 없는 종영은 일밤이 안 되는 이유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싶다. 시청자에 대한 진실된 서비스정신이 결여됐다면 뭘 하건, 어떤 몸부림을 치건 일밤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일밤 기존 코너 종영이 안타까운 다른 하나의 이유는 예능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뜨형 오윤환 PD의 좌절이다. 아바타 소개팅을 포함한 가상현실을 예능으로 끌어들인 자체도 대단히 기발한 발상이었고, 타방송사에게 아이디어 원천을 제공한 스타청문회도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유재석의 런닝맨과도 경쟁력을 보였던 아바타 소개팅을 스스로 포기한 점인데 그 이유는 아직도 궁금하다. 뜨형을 통해 본 오윤환PD는 아이디어 생산에는 주목할 만한 능력과 자질을 감지할 수 있었다. 비록 뜨형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를 기대할 수 있는 MBC 예능의 기대주가 아닐까 싶다. 이후 또 다르고 완성도 높은 예능으로 그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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