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게임도 하고, 얼음 위에서 이글루도 만들고 얼음낚시도 하며 잔재미를 줬지요. 그런데 이날, 의도치 않게 외모를 두고 말다툼이 생겼습니다. 남자들의 9할은 자신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얼마 전 유희열, 윤종신, 진중권 3인도 서로의 외모를 가지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 바 있습니다. 용호상박, 시시껄렁이라고나 할까요.
무한도전에서도 같은 주제를 놓고 팽팽한 자존심 대결이 있었지요. 바로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들은 각기 서로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자신의 우월을 주장했는데요, 언제나 자기를 내세우기보다는 남을 띄워주기에 열심이었던 유재석조차 외모에 있어서는 정준하나 정형돈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유재석이 '내가 잘 생기지 않은 건 알지만 그래도 정형돈이나 정준하보다는 낫다'며 황당해 하자, 정준하와 정형돈도 어이없어 하며 각자의 우월을 당연시했지요.
무한도전의 절대적 1인자 유재석에 대한 멤버들의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상당히 만만한 1인자이기도 하지요. 이 날도 열차에서 좌석을 잡을 때 멤버들끼리 마주 앉아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몇 명은 역방향으로 앉아야 했는데요, 당연한 듯 유재석에게 역방향 좌석에 앉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촬영을 위해 얼굴도 많이 나와야 하니까 당연히 역방향을 앉아야 한다며 말이지요. 공복에 멀미 때문에 역방향은 힘들다 토로해 보지만 소용없었지요. 이렇듯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은 양보하는 1인자입니다. 멤버들도 당연히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지난주에 방영된 동계올림픽 편, 깃발뽑기 미션에서도 유재석은 1등으로 정상에 올라섰지만 곧 밧줄을 잡고 내려와 멤버들이 자신의 몸을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줬는데요, 이때 박명수나 정준하는 당연한 듯 그의 배려를 받아들여 기꺼이 그의 등을 타고 넘어갔습니다. 바로 유재석이 원하는 것이었지요. 배려를 편안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신뢰가 보기 좋았는데요, 1인자를 편안하고 만만하게 보는 동료들이 있기에 1인자 유재석이 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동료들이 기꺼이 망가트릴 수 있고 무안도 줄 수 있는 편안한 1인자, 그럼에도 기꺼이 의지할 수 있는 리더, 새삼 유재석이 아름답다(美)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그야말로 미남이지요. 외모도 그 정도면 나름 호남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미남 인증을 해주고 싶습니다. '유재석씨, 미남이시네요' 제 사심이 유별난 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