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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하비프러너를 아시나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돈 버는 사람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9.30 17:18

[미디어스] 시대를 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최근 다큐들의 화법이 달라졌다. 이전 정부에서 집중했던 사회정치적 내용의 다큐들이 한결 줄어든 대신에, 최근 부각된 세대갈등의 요인 중 하나인 젊은 세대의 고민과 고충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꾸준히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MBC 스페셜의 '요즘 것들' 시리즈, 그리고 SBS 스페셜의 <체인져스-나도 돈 벌고 싶다>, <297대 1의 꿈, 그 후 10년>, <간헐적 가족> 등이 그런 일련의 흐름 속에 있는 다큐이다. 그리고 9월 29일 방영된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하비프러너> 역시 동시대 젊은 층의 새로운 직업적 모색을 다룬다. 

진지한 여가 

SBS 스페셜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하비프러너’ 편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아마츄어 서핑대회, 이곳에 백예림 씨도 참가했다. 서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춤을 추며 웨이크 서핑을 하는 영상을 통해 이미 예림 씨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요즘 빠져있는 건 '서핑복'이다. 

셰프, 승무원, 공무원. 지금까지 그녀가 도전했던 직업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를 사로잡은 건 서핑. 그런데 서핑을 하다 보니 갈아입기조차 불편한 서핑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저걸 좀 편하게 만들 수 없을까? 기왕이면 멋지고 이쁘게.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녀는 서핑복 쇼핑몰의 사장님이 되었다. 직접 맘에 드는 서핑복을 만들고, 스스로 모델이 되어 홍보하고, 판매까지 하는 예림 씨.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의 자금 마련을 위해 집안에 있는 물건들이 슬금슬금 중고사이트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집은 점점 비어 가지만 서핑복을 향한 그녀의 열정은 그와 반비례하여 불붙고 있다. 

이제 이십대 초반인 김슬기 씨는 자신의 공방에서 독특하고도 예쁜 케이크의 마무리가 한창이다. 마무리된 케이크는 주인을 찾아 배달되는데, 오늘 김슬기 씨가 만든 케이크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개'님이시다.

바로 반려견들을 위한 독특하고도 예쁜 디저트를 만드는 일이 김슬기 씨의 사업이다. 아버지와 둘이 사는 슬기 씨. 그 허전한 가족의 공간을 슬곰, 달곰 두 마리의 강아지들이 채웠다. 그러다 자신이 즐겨 먹는 간식들을 반려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 사람들이 먹는 초콜릿을 못 먹는 강아지들을 위해 케롭 파우더를 사용하는 등 동물들만을 위한 마카롱, 초코파이, 초코 송이, 케이크가 탄생했다. 

SBS 스페셜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하비프러너’ 편

나날이 번창하는 그녀의 사업을 돕기 위해 이삿짐 나르던 일을 하던 아버지가 배달에 나섰다. 이제는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간식을 만들고픈 사람들을 위한 수업도 하게 되었고, 제자들도 생겼다. 언젠가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로 강단에 서는 야무진 꿈을 키워가는 슬기 씨. 그녀의 꿈을 이룰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현재 캘거리 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로버트 스테빈스 교수는 '진지한 여가' 이론을 주장한다. '특수한 기술, 지식, 경험 등을 획득하고 표출하는 충분히 본질적이고 재미있고, 참여자가 경력을 쌓아가는 성취감 있는 아마추어, 취미 활동가, 자원봉사자의 체계적인 핵심활동'이라고 자신의 책 <진지한 여가>를 통해 정의한 이론이다. 크로스컨트리, 산악 트레킹, 재즈 연주를 즐기는 스테빈스 교수는 바나나 칵테일의 주재료는 '바나나'이지만, 거기에 '버터, 계피, 아이스크림' 등의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감으로써 풍미를 더하듯, 진지한 여가 활동은 삶의 질을 더욱 고양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SBS 스페셜>은 이 '진지한 여가' 이론을 제시한다. 여기서 여가는 TV 시청이나 낮잠 등과 같은 일상적 여가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으로서의 여가인 것이다. 

하비프러너, 아직은 도전 중 

2009년 한 방송을 통해 '화장품 좋아하는 남자'로 소개되었던 김한균 씨는 이제 어엿한 화장품 제조업체 사장님이 되었다. 비비크림 등 당시만 해도 남자들에게는 낯설었던 화장품에 매료되었던 한균 씨. 자신이 좋아하는 화장품을 사업으로 런칭했던 그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남성화장품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남자라면 다 비비크림을 좋아할 줄 알았던 그 초기의 사업 아이템은 아이를 낳고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한 보습 화장품으로 아이템을 변화시키며, 중국 시장에서 잘나가는 '왕홍'이 되었다. 여기서 왕홍은 현재 중국 경제를 달구는 '현실이나 인터넷 생활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 인기를 얻은 사람들'을 뜻하는 최신 경제 크리에이터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된 일군의 사람들을 뜻한다.

SBS 스페셜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 하비프러너’ 편

전직 승무원이던 주이형 씨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다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다친 허리를 치료하기 위해 시작한 피트니스. 이제 그녀는 동양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2015년 머슬 마니아 유니버스 대회에서 최고의 영예인 '프로카드'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좋아하는 일이 돈버는 수단이 되니 그만큼의 압박감이 커졌고, 그 돌파구를 그녀는 다시 머슬 마니아를 접목시킨 디제잉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운동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두려움을 음악을 통해 해소했던 경험을 새로운 일의 영역으로 개척해 운동 디제잉의 새로운 도전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안정은 씨 역시 마찬가지다. 취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던 달리기가 이제 그녀를 달리기 전도사로 만들었다. 몽골 고비사막 등 달리기를 하며 딴 80~90개의 메달은 달렸던 장소, 함께 뛴 사람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일기장과 같은 기록이 되었고,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라는 책의 결과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달리기 좋은 코스 100개를 만드는 등 저자, 기획가, 강연자 등 이제 정은 씨는 '직업 부자'가 되었다. 

이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고, 그게 그들의 직업이 된 사람들을 '하비프러너(hobby-preneur)'라 칭한다. 하비프러너의 등장은 무엇보다 더 이상 인간의 노동에 의존하지 않게 된 ‘산업구조’의 변화가 기반이 된다. 인간 노동을 넘어 기계, 인공 지능 등이 그 영역을 대변하게 되며 '노동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든 사회. 거기에 우리 사회에서도 보여지듯이 수명의 증가로 인해 노후의 삶이 노동에 종사하는 만큼 늘어난 사회는 '여가'의 의미가 질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거기에 산업 고용형태의 변화가 수반된다. 김한균 씨가 중국의 왕홍이 되었듯이,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직업군이 등장하는 산업의 새로운 조류 역시 하비프러너의 등장을 촉진한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듯 젊은 층의 '취업 불황' 역시 새로운 직업군의 모색을 재촉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오프로드 달리기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이윤주 씨의 하소연처럼, 취미가 일이 되는 하비프러너가 원하는 만큼의 수입을 벌어들이느냐라는 딜레마가 있다. 좋아서 시작한 서핑복 사업이지만 집의 값나가는 물건들을 팔아야만 그 일을 지속시킬 수 있는 예림 씨처럼, 아직 우리 사회에서 취미가 곧 돈벌이가 되며 수입도 보장할 수 있는 영역은 '실험' 단계에 있다. 더구나 최근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는 장기불황의 기운은 취미로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삶의 여유마저 잠식시킬 수 있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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