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사장이 방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영방송으로서 광고축소 및 폐지에 대해서 동감한다면서도 당장 KBS2TV 광고축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에 제출할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 대해 의결할 계획이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는 지난 회의결과에 따라 김인규 사장을 출석시켜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청취를 했다. 관심은 김인규 사장이 ‘광고축소’에 대한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지에 모아졌다.

지난 8일 방통위 실무진은 KBS가 제출한 1000원 인상액 중 600원은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400원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이에 방통위는 △KBS에 보고서 재작성 요구(1안) △3500원으로 인상하되 400원 분에 대해서는 SA시간대 드라마 광고 축소 및 EBS 재원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다(2안)는 두 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다.

▲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30년 만에 1천 원 올리는 안을 의결한 것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인규 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규 사장, “(광고현행유지) KBS이사회안 바람직”

이날 전체회의에서 역시 정부여당 추천 형태근·송도균 상임위원은 ‘2004년 감사원의 지적’, ‘보스턴컨설팅 결과’, ‘2007년 KBS 수신료 인상안’ 등에서 광고축소 및 폐지를 주장·권고했던 것을 강조했다.

송도균 상임위원은 “2004년 감사원의 지적 등 2007년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광고를 축소하는 것으로 나와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1000원을 인상하고도 광고를 유지한다는 게 전부다. 뜻밖의 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구조가 결국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론지지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태근 상임위원 역시 “2007년 KBS는 4000원 인상을 제시하며 광고 1/3 축소한다고 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양문석 상임위원은 “방통위 실무진들은 SA시간대 드라마 광고 축소를 예로 제시한 바 있다. 김 사장의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김인규 사장은 “이번에 1000원을 올리면 수신료 재원이 2100억 원 늘어나지만 디지털 전환관련 송출 등 시설비용만 2000억 원이 넘는다”며 “자구노력을 해도 900억 정도가 모자란다. KBS이사회 안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KBS이사회는 만장일치로 3500원으로 인상하면서 광고를 현행 유지하는 것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의견청취 과정에서 송도균 의원은 “비록 이사회 의결이긴 하지만 사장으로서 광고판매 목적의 프로그램은 안하겠다는 할 정도의 위치”라고 지적했고, 김 사장은 “1000원 인상은 완결판은 아니다. 제대로 된 방송하기 위해서는 광고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폐지가 옳다”고 말했다. 방통위 실무단에서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K-VIEW(MMS) 사업비 1000억 원 가량에 대해서도 “준비단계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인규 사장은 의견청취에 앞서 모두발언으로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공영성·공공성 확보’와 이를 위한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수신료는 30년째 월 2500원으로 동결돼 왔고, KBS는 수신료 비중이 총 재원의 40%에 불과하다”면서 “이번에 수신료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2014년까지 4000억 규모의 차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가 BBC나 NHK의 선진 공영방송의 모습을 갖추려면 광고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국민부담 최소화 등의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3500원으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김인규 사장, “의견청취에 사장 나오는 것은 마땅”

이날 의견청취에서는 KBS 사장을 방통위에서 부르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또한 현재 KBS의 신뢰도에 대한 평가도 제기됐다.

‘공영방송사 사장이 행정부가 부르면 와야 하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 기본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안은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했지만 대외적으로 KBS를 대표하는 사장명의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의견청취 또한 사장이 나오는 게 마땅하다”며 “KBS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집행기관에 책임이 기속된다는 법률적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건전한 재정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KBS의 공영성이 그렇게 훼손된 것이냐?’며 공영성 확보를 위한 수신료 인상에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며 “지난해 9월 신뢰도가 가장 높다는 광고주 협회 조사나 언론재단이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KBS가 신뢰도 및 영향력에서 1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1위가 나올 수가 없다. 완벽하다고는 보지 않지만 많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문석 상임위원은 “김 사장 취임 전의 KBS는 대다수의 설문조사에서 신뢰도, 영향력 1위를 놓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비용은 수신료로 해야 하나…다큐·교양만 좋은 것?

방통위가 인상 타당성을 인정한 600원은 디지털전환에 따른 비용마련이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관련 비용에 대해서 방통위는 KBS 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양문석 상임위원은 이날 디지털전환은 사회적인 필요에 의한 것으로 수신료와 별도로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에도 KBS가 수백억 원의 직접 예산을 지원받은 적이 있다”며 “국민들의 가계 부담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일반회계를 통한 문제해결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인규 사장은 “외국의 경우를 보면 디지털 전환을 위해 수신료를 (일시적으로) 인상한 사례가 있다”며 “시청자들이 재원을 마련해주는 것이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 상임위원은 “세금도 국민이 내는 것”이라며 “다양한 방법을 찾아 국민들의 직접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경자 부위원장은 김인규 사장이 KBS의 공영성을 확보를 위해 2TV의 다큐 편성을 10% 수준으로 점진적 확대하고 50억 원을 투여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날 김인규 사장은 취임 이후 개편당시 주말 SA시간대 <다큐3일>, <감성다큐 미지수> 편성 등에 대해 자평했다.

그러나 이경자 부위원장은 “다큐 및 교양은 좋은 것이고 오락은 나쁜 것이냐?”며 “공영방송의 콘텐츠 질을 말할 때에는 다큐가 됐건, 뉴스, 오락이든 좋은 방송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김인규 사장의 개편으로 광고수입이 500억 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종편에 광고를 그대로 내어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SA시간대 광고 폐지 이외에 프로그램 개편 및 편성에 따른 광고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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