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지난해 MBC 안팎에서 나돌던 ‘김재철 연임’ 소문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결정으로 ‘현실’이 됐다. 김 사장은 16일 방문진에 의해 최종 사장 후보로 내정됐으며, 17일 MBC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공식 선임되면서 연임이 확정됐다.

내부 구성원들의 격한 반대에도 김재철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해고 및 노조원 중징계, <PD수첩> 4대강 편 불방과 사전 시사, 임금 및 단체협약 해지, 보도 공정성 위축, 제작 자율성 침해 등 구성원들의 수많은 ‘반대’ 사유는 김 사장 연임에 조금의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 MBC 김재철 사장이 출근하는 가운데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불방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시청률’ 올리기 위해 ‘성과주의’ 강조할 듯

지난해 김재철 사장은 개편을 통해 시사 보도프로그램인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했다. 낮은 시청률로 경쟁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시사 보도프로그램의 빈자리에는 <위대한 탄생> <여우의 집사>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섰다. 시청률 때문에 명암이 갈린 건 이 뿐이 아니다. 낮은 시청률 때문에 일일연속극인 <폭풍의 언덕> 조기 종영이 확정됐다. 일일연속극의 조기종영은 이례적인 일이다.

MBC가 시청률에 주력한 덕분에 보도도 변했다. 정치 뉴스와 같은 복잡한 뉴스보다는 사건 사고와 같은 생활 밀착형 뉴스가 주요하게 보도됐다. 이러한 뉴스들이 시청률을 올리는 데 더 적합하다는 보도국 간부들의 판단이 큰 영향을 줬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견제 역할은 크게 축소됐다. 반면, 기자들은 보도를 위해 직접 얼음물 속에 들어가고, 빙판길 위를 미끄러지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하기도 했다.

김재철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1등 MBC’를 언급했다. 그는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능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새해에는 우리 조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며 “성과를 내는 프로그램, 성과를 내는 사람은 확실하게 우대를 받고 보상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서도 올 해 MBC 과제 중 하나로 ‘시청률 1위 탈환’을 언급했다.

이렇듯, 시청률을 강조하는 ‘김재철식 성과주의’ 경향은 김재철 사장의 연임으로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의식한 채 프로그램을 개편, 제작하기 보다는,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과주의’ 행보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1위 탈환 과정 가운데 MBC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공영적 성격이 짙은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성과’를 강조하는 조직의 성향 덕분에 과감하게 내쳐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 셈이다.

구성원 반대에도 지역MBC 통폐합 강행할 듯

지난해, MBC는 구성원 및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진주·창원MBC 통폐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보류’돼 있어 통폐합 성공 여부는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MBC는 올 해도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MBC 내부에서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강릉-삼척, 대구-안동, 광주-목포, 충주-청주 MBC다. 지역MBC노조 등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향후 지역MBC 주주총회에서 겸임 및 대표 사장을 발령하고, 이해관계가 맞는 인물로 지역MBC 사장을 교체하는 방안 등을 통해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에 제출한 경영계획서에도 지역MBC 통폐합에 대한 구상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올 해 안에 2~3곳에 대한 통폐합을 진행하며 오는 2013년까지 전국에 대한 광역화 과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지역MBC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MBC 노조원들은 오는 21일 서울에서 일방적인 지역MBC 통폐합에 반대하는 ‘상경 투쟁’을 할 예정이다. MBC노조는 이미, MBC가 지역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지역MBC 강제통폐합을 시도할 경우 ‘강제통폐합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에 MBC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또 통폐합 절차를 밟는다면 구성원들과의 갈등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재철 MBC 사장(왼쪽)과 이근행 노조위원장(오른쪽) ⓒMBC노조
노조, ‘끝장 투쟁’ 언급 … 노사 관계 더 악화될 듯

김재철 사장의 지난 1년 동안의 행보 가운데 구성원들로부터 가장 큰 비난을 산 부분은 바로 ‘노사 관계’다. MBC는 지난해,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정대균 진주MBC 지부장을 해고한 것을 비롯해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들을 잇달아 징계했다. 이후, 지난해 말, 임금 및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노사 관계 악화의 정점을 찍었다.

현재, MBC내부에서 MBC노사가 비틀어진 관계를 머지않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이는 많지 없다. 노사 관계가 회복될 낌새도 없다. 노사가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던 노동위원회 조정마저 의견차이로 중지됐다.

앞서 MBC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해지와 관련해 중앙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앙 노동위원회는 16일, 마지막 특별조정위원회에서 ‘노사 양쪽의 의견 차이가 커 조정안을 낼 수 없다’며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MBC노조는 노조 창립 이래 최초로 합법적인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파업 찬반 투표를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김재철 사장 연임 확정과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등 MBC를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해 MBC노조는 끝장 투쟁을 언급하며 “3월 중에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영하 노조위원장 당선자는 “신임 노조 집행부는 3월 중순까지 김재철 사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그의 행보를 지켜본 뒤, 3월 중에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즉,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 파업과 같은 ‘강경 투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임이 확정된 김재철 사장의 2011년 행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가 이끌어 갈 2011년 MBC의 모습 또한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에 이어 올 해에도 MBC를 통해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조심스럽게나마 가능하다.

그렇기에, 2011년 김재철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사장이 공영성과는 거리가 먼 정반대의 행보로 MBC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인지, 아니면 ‘김재철 연임은 MBC가 망해도 좋다는 의미’라는 정영하 노조위원장 당선자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증명하며 제대로 된 공영방송 수장의 역할을 보일 것인지. 이도 아니면, MBC 구성원 모두의 ‘예상’대로 오는 2012년 총선에서 경남 사천 지역구 출마를 결심할 것인지…. 모두의 시선이 김재철 사장의 행보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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