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지난해 2월 MBC 사장을 그만둔 이후 MBC 고문직을 수행해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은 지난해 2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일방적인 경영진 선임에 "방문진이 무엇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방문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다"며 MBC 사장을 사퇴한 바 있다.

▲ 지난해 2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일방적인 경영진 선임에 "방문진이 무엇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는 엄기영 전 사장의 모습. ⓒ미디어스
하지만 사퇴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2월 초까지 엄 전 사장이 MBC에서 사실상 명예직인 '고문'을 맡아오면서 억대 보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전임 사장으로서 MBC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셨고 예를 들어 MBC 경영 관련 해서 자문 가치가 충분히 있는 분이니까 고문으로 모셨다"며 "한달 보수는 천만원 정도다. 원래 보수 규정이 그렇게 돼어 있다기 보다는 사장 하신 분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책정됐다"고 밝혔다. 보수 보전 규정에 따라 남은 임기 1년에 대해서도 본봉의 절반 정도를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MBC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불만을 표시하며 사퇴했던 엄 전 사장이, 사실상 '정권의 낙하산'으로 꼽히는 후임 사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고문직을 맡은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또, 한나라당 후보캠프 방문, KBS 아침마당 출연 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온 그가 당시 공영방송사 고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정영하 MBC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자는 "정권의 부름을 받은 사장이 쫓겨난 전임 사장을 고문으로 앉히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 자리를 받은 것도 말이 안 된다. MBC 상식으로는 더욱 그렇다"며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면 '(사퇴에 대한) 보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당선자는 "사실 내부에서도 이 사실을 몰라서 조용했다기 보다는, 워낙 큰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묻혔던 것"이라며 "저도 두어달 전에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MBC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안을 했고, 엄기영 전 사장이 흔쾌히 수용했다고 하더라"며 "전임사장 예우 차원에서 고문직을 준 것은 MBC 내부에서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경에는 회사 내부에서 웬만한 사람들이 (엄 전 사장이 MBC 고문이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방문진도 몰랐을 리가 없다"며 "지금와서 문제가 되니까 면피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김 사장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들었다. 정치적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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