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들의 ‘연임 반대’ 여론에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재철 MBC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김 사장의 연임 여부는 MBC 주주총회를 거쳐야 확정되지만, MBC 주주총회에서 김 사장이 낙마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방문진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MBC 대표이사 사장 후보에 오른 김재철 사장, 정흥보 춘천MBC 사장에 대한 면접을 진행, 최종 사장 후보로 김재철 사장을 결정했다. 당초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도 후보로 꼽혔으나 구 후보는 경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면접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 16일 오후 2시 방문진 회의실에서 방문진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송선영
방문진은 표결 끝에 김재철 사장을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 등 총 9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김 사장은 과반수가 넘는 5표를 얻었다. 반면, 정흥보 사장은 3표를 얻었다. 당초 방문진은 한 후보에 대해 각각 40분씩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김 사장에 대한 면접은 1시간15분동안 진행됐다.

방문진 최창영 사무처장은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 브리핑을 통해 “지난 1년간 김 사장이 경영하면서 초기 단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후 나름 (MBC를) 안정화 시킨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이사들이) 인정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면접에서 김 사장은 콘텐츠 강화, 시청률 1위 탈환 등 MBC 미래 전략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또, <PD수첩> 광우병 편 보도, <시사매거진 2580> 아랍에미리트 원전수주 보도를 문제 삼는 여당 추천 이사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했다. 특히, 김 사장은 <PD수첩> 광우병 편 보도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PD수첩> 방송이 문제있다고 확정되면 관련자들을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 면접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송선영
김재철 사장이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서 지난해 MBC 안팎에서 나온 ‘김재철 연임’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또, 방문진의 신임 사장 공모가 ‘형식적인 쇼에 그칠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우려도 현실로 드러났다. 앞서 MBC노조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김재철 연임이 거의 확정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 갈등도 불가피 해 보인다.

최근, MBC노조가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구성원의 95% 이상이 ‘김재철 연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MBC노조 역시 ‘김재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어, 김재철 연임으로 인한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이제 연임의 날개를 단 김재철 사장이 또 무슨 일을 벌여 MBC를 난장판으로 만들지, 우리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며 끝장 투쟁’을 언급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된 직후 성명을 내어 “김재철 사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눈을 감는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양심과 영혼을 버리고 시키는 대로 물어뜯으며 ‘개처럼’ 살지 않으려면, MBC가 더 이상 망가지는 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슴에 치미는 분노가 이끄는 대로 독하고 질긴 끝장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MBC는 곧 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된 김 사장 선임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 김 사장 연임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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