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둘째아들인 김정철의 싱가포르 외유 사실을 톱으로 3꼭지 연달아 보도한 것을 놓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 15일 KBS <뉴스9>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둘째아들인 김정철의 싱가포르 외유 사실을 톱으로 연달아 3꼭지 보도했다.
15일 KBS 뉴스9은 톱 <김정철 단독 포착…극비 공연 관람>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한 모습을 KBS가 단독 취재했다. 김정철이 공개 석상에서 서구 언론 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만"이라며 김정철의 에릭 클랩튼 공연 관람 사실을 보도했다.

이어진 <"정치 뒷전…팝 가수 팬">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은 올해로 31살이다.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미모의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젊은이와 다를 바가 없다"며 "김정철은 눈 밖에 난 큰형 김정남과는 달리 권력에 무관심하며 후계자인 동생 김정은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세번째 꼭지 <생일 앞두고 외유>에서는 "김정철의 이 시기 외유는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내부적으로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생의 후계작업을 지원해온 김정철의 역할이 다급한 단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철이 서방의 자본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외유에 나섰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경우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뉴스9 앵커인 민경욱 KBS 앵커는 15일 뉴스 시작 전에 자신의 트위터(@minkyungwook)에서 "오늘 저희 KBS 9시 뉴스는 꼭 봐주셔야 됩니다. 큰 특종이 기다립니다. 무한 알튀를 부탁드립니다"는 멘션을 남겼다.

하지만 보도가 나온 이후 트위터에서는 "외계인 있다고 한시간 동안 보도하는 게 더 알찰 듯" "김정철이 특종이야? 젠장" "속는 셈 치고 KBS 켰는데 설마 (특종이) 김정철 공연 보러 간 거는 아니겠지요?" "MB정권 들어서고 보수신문과 KBS는 김정일, 김정은, 김정남, 김정철 등 잡다한 일거수 일투족까지 보도해서 마치 연예인을 만들어주는 듯" 등 비판 멘션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리안은 "충분히 흥미로운 보도다. 그럼에도 특종이냐 아니냐 논란이 이는 이유는 그동안 KBS가 공익을 위한 정부 비판에 눈 감아온 것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표출된 탓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KBS의 김정철 싱가포르 외유 보도에 대해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최근 KBS가 유독 북한 관련 뉴스를 크게 보도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고 북한 관련 뉴스만 대대적으로 다루는 것은 결국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엄 위원장은 "북한 지도층이 워낙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그중 한명이 공개된 것을 보도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메인뉴스에서 톱으로 3꼭지 연달아 배치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차기 지도자인 김정은에 관한 것도 아니고, 권력선상에서 비켜나 있는 인물을 그렇게 중점적으로 보도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원전수주 이면계약은 굉장히 축소해서 보도하는 등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나 검증하는 보도는 거의 침묵하면서 북한 보도는 이런 식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안보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키거나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국가주의가 담겨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함께 나가자는 것인데 21세기에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이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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