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에 휩쓸려가면서 국회가 제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한국당 등이 공공연하게 예고한대로 사실상 '제2의 조국 청문회'가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을 "조 후보자", "전 민정 수석", "피의자" 등으로 호칭하며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조 장관 관련 의혹으로 질의 대부분을 채웠다. 단상에는 조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 장관 관련 질의로 번갈아 설 뿐이었다. 동석했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아예 질의를 받지 못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선거제 개혁 관련 질문을 받아 한 차례 답변했다.

한겨레 9월 27일 사설 <‘조국 블랙홀’ 빠진 정기국회, 이대로는 곤란하다>

한겨레는 27일 사설 <'조국 블랙홀'에 빠진 정기국회, 이대로는 곤란하다>에서 "정기국회가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본격 홀도에 들어갔지만 온통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에 휩싸이며 비정상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총평했다.

이어 한겨레는 "특히 보수야당들은 정치 분야 질문에서 조 장관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사퇴 공세를 펴면서 마치 '제2의 조국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면서 "각종 경제·민생 입법을 다루고 예산을 심의해야 할 국회가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져든 형국이다. 국회에서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건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본연의 임무까지 망각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조국 사태'로 날 지샐 건가>에서 "'조국 인사청문회' 2라운드였다. 이러다간 나흘간의 대정부질문과 오는 30일부터 20일간 진행될 국정감사도 내내 비슷할 듯하다"며 "지금 우리는 경기 침체, 한일 갈등, 비핵화 협상,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도 되는지 답답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여야가 특정 장관의 거취 문제로 50여일간 총력전을 펼치고, 이 와중에 검찰이 현직 법무장관을 직접 겨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상황 자체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어차피 조 장관의 거취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정녕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로 임기를 마칠 생각인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안 처리율은 30%가 채 안돼 식물국회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보다도 저조한 법안 처리율 기록이 예상된다. 상시적 국회 파행과 정쟁, 최근에는 조 장관 관련 이슈로 대정부질문과 '정기국회의 꽃'이라는 국정감사까지 물들면서 국회의 책무를 져버렸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도 이날 사설 <조국 제2의 청문회장이 된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 비율이 27.9%에 지나지 않는 등 역대 최악의 국회여서 이번 정기국회만큼은 제대로 성과를 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조 장관 가족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대정부 질문이 이뤄진 국회 본회의장은 '조국 제2의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자 돌아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은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과 검찰 수사팀장이 수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에 주목했다. 관련 질의를 한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과 검찰 수사팀장의 통화는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이자 검찰청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제 처가 놀라 연락이 와서 (팀장과) 통화했다"면서 부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배려를 부탁한 것일 뿐 수사 방해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측은 조 장관이 "신속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조국은 압수 수색 검사와 통화, 靑은 '조용히 수사하라' 압박>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검찰에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는 강연 발언을 함께 비판했다. 청와대는 강 수석의 발언은 SNS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취지라고 해명한 상태다.

조선일보는 "급기야 '피의자' 법무장관이 압수 수색 검사와 통화를 하고, 청와대는 '조용히 수사하라'고 검찰을 압박했다고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참석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 사이 조국 사태는 더 꼬이고 심각해졌다. 모든 난맥을 정상화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조국, 수사팀장과 통화한 건 직권남용이다>에서 "그(조 장관)에겐 이미 아무런 신뢰도 기대도 없다"며 "용퇴 뿐이다. 그의 사퇴없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건 허구"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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