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한 사내 변호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를 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에서 사내 변호사가 해고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며, 해당 변호사는 "명백한 부당해고"라며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 미디어스
KBS 법무실에서 근무해온 구창훈 변호사는 1월 말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정연주 사장 시절인 2006년 2월 연봉계약직으로 입사한 구 변호사는 KBS 법무실의 사내 변호사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근무해왔으며 외주제작사의 저작권 관련 소송, 참토원 소송 등을 맡은 바 있다.

구창훈 변호사는 지난 10일 KBS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해고 사실을 밝히며 "세상은 상대적인 가치가 서로 의지하며 공존한다. 그럼에도 민주사회의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언론사인 KBS에서 자행되고 있는 편협한 편가르기의 모습은 제게 가장 마음 아픈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5년이라는 짧은 재직기간이지만 권력과 이익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비굴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비정할 수 있는지, 얼마나 이중적일 수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며 "하지만 보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KBS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고 행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황망하게 쫓겨가는 상황에서도 KBS에 대한 원망보다 감사와 기대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계약해지의 공식적인 이유는 '업무상 능력부족'이다. 계약해지의 이유에 대해 KBS 홍보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연봉계약직원과의 계약을 연장할 때는 업무추진 역량, 적합성, 수행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며 "구 변호사의 경우에는 해당 부서장(이준안 법무실장)의 종합적 판단에 의해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구 변호사가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 고소 등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강경 대응을 주도해온 이준안 법무실장이 성향이 다른 구 변호사를 '손을 본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구 변호사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려있다.

"KBS라는 곳이 합리적인 사람이 설 자리가 없는 곳이 되고 있다."
"언제나 제작자 편에서 도움 주시던 최고의 사내 변호사였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해고가 된 것인가. '편협한 편가르기'의 피해자가 되신 건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구 변호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왜 열심히 일했던 분이 해고당하는 건가? 그의 해고 이유와 그 이후를 다같이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끝내는 정의가 이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당신과 함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받은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것에 힘내시기 바란다"

구창훈 변호사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무실장과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변호사를 해고하면 남은 사내 변호사들이 과연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견서를 쓸 수 있겠느냐?"며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법조인이기 때문에 판결을 통해 말하겠다. 조만간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승소가능성은 7~80%라고 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