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등장하면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돼 있다”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이 올 하반기 개국을 앞두고 있다. 종편 도입이 ‘지역 및 중소방송’, ‘종교방송’, ‘인쇄매체’, ‘일반PP'의 시장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종교방송협의회 박원식 간사(불교방송 보도국장)는 “종편이 등장하면 종교방송사의 광고는 50%로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15일 국회 의정관에서 진행된 ‘종편, 언론·의료·교육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다’ 토론회에서 박원식 간사는 “지난해 광고시장이 8조4000억 원이라고 하는데 종교방송사의 광고시장은 종교방송 4사(불교방송, 평화방송, CBS, 원음방송) 기준으로 연 600억이 채 못 된다”고 설명했다.

▲ 박원식 종교방송협의회 간사ⓒ권순택
박원식 간사는 “그나마도 지금은 종편과 상관없이 5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면서 “그런데 종편이 등장하면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돼 있다”며 종편을 ‘새 시대 등장하지 말아야할 공룡’에 비유했다. 그는 “전문가 기관에 물었더니 종교방송사에 종편도입이 미치는 영향은 광고 50% 축소”라며 “수치적으로 50%지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더 클 것”이며 “방송사의 규모를 반으로 줄거나, 직원들 반이 쫓겨나야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나마 이런 정도의 광고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체제의 순기능인 연계판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월 국회에서 미디어렙이 논의될 것이라고 하는데, 종교방송사들이 주장하는 것은 ‘1공영 1민영’으로 공영렙이 강화”라며 “‘1사1렙’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원식 간사는 종편 도입의 문제점으로 △방송광고 시장에서의 불균형 심화, △방송의 질적 저하, △방송의 이념적 불균형 등을 꼽았다.

이날 토론회는 조중동 종편 도입으로 언론, 의료 및 교육계 등 공공영역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모아졌다.

“의약품 TV광고허용?…“<다이안느> TV광고했더라면”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회장은 “미국은 97년 방송광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는데 그것은 의약품에 대한 TV광고를 허용한 이후”라며 “이 분야가 유일하게 광고의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형근 부회장은 “의약품의 직접 광고는 이미지 광고로 인한 안전성과 정확한 정보가 은폐될 수 있고 약의 올바른 복용이 아닌 오로지 사게 만들 것”이라며 의약품 TV광고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의약품 가격 인상도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그는 “국내 여드름과 피임약으로 광고가 됐던 <다이안느>는 다른 나라에선 피임약으로 사용 될 수 없었던 약”이라며 “TV광고가 됐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먹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인의 두통약’이라는 게보린 역시 재생불량성 빈혈, 혼수, 경련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식약청에서도 1년 안에 안전성 전문을 게재하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고 경고한 상태”라며 “일반 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형근 부회장은 을지병원의 연합뉴스TV 투자에 대해 “비영리법인이 방송에 지분을 소유한 것을 일반 은행에 예탁한 정도로만 볼 수 있는 것이냐”며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원불교 사회개벽교무단과 국회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한 '종편, 언론·의료·교육 생태계 파괴를 우려한다' 토론회가 진행됐다ⓒ권순택
종편에 ‘공공성’이란, “특정 사람들을 위한 것”

한만중 참교육연구소장은 “<조선일보>는 에듀케이션 사업이 있다”며 “그 일환으로 ‘맛있는공부+’, ‘소년조선일보’, ‘맛있는 한자/영어’를 비롯한 등 학원쪽 콘텐츠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대학평가 주간신문사다. 공시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학 교육기관들이 광고에 자유로울 수 없는 측면이 있고, 고려대는 <동아일보> 종편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일경제는 평준화 망국론을 폈던 곳”이라며 “이들 조중동매경이 방송을 한다면 교육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조중동종편의 콘텐츠는 사기업에 대한 광고 형태로 채워질 것이며 그들을 대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영주 언론개혁연대 상임정책위원은 “종편 사업자들의 자본금 납입금 규모는 3100억 원(조선)~4220억 원(중앙)로 동네 방송사 수준에 불과하다”며 “9월 첫 방송이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더라도 경쟁 체제 속에서 안착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편4사가 확보하는 ‘공공권’이라는 것은 특정 사람들(과두지배층 및 중산층), 수구보수정치세력의 이해에 충실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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