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의 인터뷰가 연일 화제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안희정 충남도시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그리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까지. 한 신문이 최근 두 달여 사이 한 면 이상을 털어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이름들이다. 이름만 보면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인터뷰 리스트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이름들은 중앙일보의 일요일 판인 중앙SUNDAY 인터뷰에 등장했다.

중앙SUNDAY는 1월 19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를 시작으로 1월 30일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2월 13일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수를 연달아 인터뷰했다. 정치적 성향이 진보로 분류되는 최근 가장 '핫'(hot)한 언론인, 도지사, 정치인, 학자를 거리낌 없이 만난 셈이다.

▲ 중앙일보의 일요일판인 중앙SUNDAY가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연달아 인터뷰해 화제가 되고 있다. 1월 9일자에 실린 오연호(좌)와 2월 13일자에 실린 유시민(우).
중앙SUNDAY의 인터뷰 전략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그 매체의 성격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는 OECD 국가 가운데 일요일 신문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지난 2007년 3월 18일 중앙SUNDAY를 창간했다. "뉴스를 정리하고, 현상을 분석하고, 흐름을 예측하는 이성적 매체"를 창간의 변으로 "파편화된 사실들을 지식으로 직조해내는 뉴스의 안내자, 정보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데 필수품인 나침반 역할"을 자임했다. 지금도 중앙SUNDAY는 한 주간에 가장 중요한 이슈를 종합하여 정리, 분석하는 것을 주요한 지면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창간 4년을 맞은 지금까지 중앙SUNDAY는 확실한 독자 매체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채 여전히 중앙일보의 일요일 판이라는 보조적 위상에 머물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독자적 매체로 광고를 확보해 생존하지 못한다면, 중앙일보 경영진 입장에서는 굳이 추가 배달 비용을 부담하며 중앙SUNDAY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회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현재 중앙SUNDAY의 광고는 중앙일보에 책정되어 있는 총 광고금액에서 중앙SUNDAY에 일정 부분이 떼어지는 개념이다. 기업들은 중앙일보에 광고할 금액에 중앙SUNDAY의 광고 금액을 합산해 놓고 있다.

중앙SUNDAY가 거창한 창간의 변과는 달리 전체적인 지면에서 주요 기업들 총수에 관한 이미지 기사나 PPL에 가까운 맞춤형 기사들의 빈도가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독자 매체로서 광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나침반이 되겠다고 했지만, 노골적인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기사들이 지면마다 넘쳐나고, 언제나 종착점은 기업들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 향하기 일쑤다.

하지만, 정치면에 있어서는 이슈를 종합하여 정리, 분석한다는 중앙SUNDAY의 창간 전략은 어느 정도 관철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한 문제이긴 하다. 깊이 있는 분석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시장을 지향하는 것이 중앙SUNDAY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면 정치면 역시 그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화제가 된 인터뷰들을 놓고 보면, 중앙일보 '외부'로 인터뷰이를 확장하려는 전략이 도드라져 보인다. 이는 드러내놓고 중앙일보의 영향력에서 탈피하려는 시도이다. 중앙일보와는 차별되는 지면 전략을 통해 독자적 매체로 인정받고픈 욕구로 풀이된다. 정치면의 이런 차별화 전략 역시 독자적 생존을 위한 광고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 진보 인사들에 대한 중앙SUNDAY의 인터뷰는 마케팅적 측면이 강해보이지만, 교묘하게 반 민주당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1월 30일자에 실린 안희정(좌), 2월 13일자에 실린 장하준(우)
오연호, 안희정, 유시민, 장하준 등은 각각의 명사성만으로 보자면 모든 매체들이 탐낼 만한 인터뷰이이지만, 중앙일보 지면에서 소화하긴 또한 힘든 이름들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입장에선 이들의 주장을 키워줄 필요성이 없고, 괜히 이들을 키워줘 충성스런 독자들은 불안하게 할 필요도 없다. 중앙일보의 정파적 관점에서 부각할 수 없는 명사들이다.

중앙SUNDAY는 중앙일보가 할 수 없는 인터뷰를 해냄으로써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중이다. 중앙일보의 정파성에서 위의 이름들이 혼돈을 일으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중앙SUNDAY의 독자적 매체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만약, 중앙SUNDAY가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나 한나라당 소속 지역자치단체장 혹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과 인터뷰를 했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더라도 이만한 화제를 못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처럼 진보적 성향의 인터뷰이들을 연속적으로 만나는 중앙SUNDAY의 인터뷰 전략은 매체의 인지도를 높이고 독자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이바지하는 전략이다. 중앙일보의 정파성에 균열을 내는 일종의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고, 중앙SUNDAY의 매체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포지티브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적 기획 외에 또 한 가지 '정치적 기획' 의도도 엿보인다. 중앙SUNDAY가 만난 명사들은 보수적 성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중심의 정파성에 묶여 있는 인사들도 아니다. 어찌되었건, 중앙일보의 정파성이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추구한다고 봤을 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민주당 중심의 정치 연합이다.

중앙SUNDAY의 인터뷰들은 때론 미세하게 또 어떨 때는 격정적으로 이 흐름을 거스른다. 중앙SUNDAY가 그런 편집을 선보여서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에 지난 13일 지면에 실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인터뷰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한 것으로 전달돼 민주당과 국참당 사이의 날선 공방을 불렀다. 오연호 대표 역시 민주당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적 기획으로 조국 교수를 중심으로 한 '진보집권플랜'을 홍보하고 있는 중이고, 장하준 교수는 '안티 신자유주의'를 테제로 민주당에게도 비판적인 지식인이다.

중앙SUNDAY의 인터뷰 배치 의도를 확인할 순 없겠지만, 인터뷰 이후 결과적으로 일종의 '적전분열'이 벌어진 것은 확실하다. "종편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인 오연호 대표와 민주당과 때 아닌 복지 논쟁을 시작한 유시민 대표의 사례는 단적이다. 그리고 중앙SUNDAY의 의도가 무엇이건 인터뷰이들이 말려들었다는 것 역시 분명해 보인다.

중앙일보의 정파적 포지셔닝에서 보자면 이질적인 인터뷰이들을 연달아 만나고 있는 중앙SUNDAY의 인터뷰 전략은 '마케팅적 기획'과 '정치적 기획'이 절묘하게 혼합된 결과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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