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김 사장의 사장 연임 여부는 오는 16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면접과 MBC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김 사장은 이미 자신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한 채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16일 오후 2시, MBC 신임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선정된 김재철 현 MBC 사장,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 정흥보 춘천MBC 사장에 대한 면접 심사를 통해 최종 MBC 사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MBC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김재철 사장이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즉, 방문진의 사장 공모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강릉-삼척, 광주-목포MBC 등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 김재철 MBC 사장 ⓒMBC
이런 가운데, MBC내부에는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며 지난해 진주·창원MBC 통폐합에 이어 올 해에도 지역MBC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주·창원MBC 통폐합에 대해 ‘보류’ 결정을 하는 등 통폐합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MBC가 다시 무리수를 두려 한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진행된 MBC사장단 워크숍에서 ‘2011년에는 지역MBC 3~4곳을 광역화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12월에 열린 MBC 관련 임원들이 모인 회의에서도 광역화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대상으로 강릉-삼척, 대구-안동, 광주-목포, 충주-청주 MBC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지역MBC노조 등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향후 지역MBC 주주총회에서 겸임 및 대표 사장을 발령하고, 이해관계가 맞는 인물로 지역MBC 사장을 교체하는 방안 등을 통해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목포MBC, 춘천MBC 등 사장 임기가 만료된 지역MBC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광주MBC, 대구MBC 등에 대해서는 C등급과 같은 낮은 계열평가를 빌미로 사장을 교체해 광역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MBC노조를 비롯한 지역MBC 구성원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오로지 통폐합만을 위한 지역MBC 사장 교체는 지역MBC의 자율 경영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사권을 가진 서울MBC 사장이 지역MBC 경영 본래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코드, 입맛이 맞는 인사들을 사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더 나아가, 대주주라는 이름으로 지역MBC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지역MBC 사장을 임명하는 임원 선임 방안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잦은 사장 교체로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울산MBC의 경우 최근 들어 3년 동안 사장이 3번 교체됐다.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기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잦은 사장 교체로 인한 경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지역MBC는 3년 임기의 지역MBC 사장이 중도 해임될 경우, 해당 근무 기간에 대한 퇴직금과 남은 기간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만약, 연이어 사장이 중도 해임될 경우 지역MBC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포항MBC의 경우, 지난 2008년 조 아무개 사장이 중도 해임되었을 때 퇴직금 5천5백만원과 2년치 잔여 급여인 약 2억9천만원이 위로금 명분으로 지급됐다. 2009년 남 아무개 사장이 중도 해임되었을 때에도 퇴직금과 2년치 잔여 급여를 합해 1억3천만원이 넘는 돈이 지급됐다. 총 5억원 가까운 예산이 중도 해임된 사장들을 위로하기 위한 돈으로 사용된 것이다.

“오히려 김재철 경질해야 하는 상황”

MBC 구성원들은 지역MBC 통폐합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한 지역MBC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김재철 사장은 최근 노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 구성원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며 “진주·창원 통폐합 과정에서 구성원 의사 수렴, 복수연주소 유지, 광역화 연내 처리 등을 공약으로 밝혔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오히려 경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MBC노조도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김재철 사장이든 혹은 다른 사장 후보든, 지역MBC의 자율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지역MBC를 오직 통폐합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이는 전체 지역 구성원과 시청자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이는 공영방송 MBC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분별한 지역MBC 통폐합을 저지하기 위한 MBC노조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MBC노조는 지난 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MBC가 지역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없이 지역MBC 강제통폐합을 추가로 시도할 경우 즉시 ‘강제통폐합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기로 결의했다.

한편,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구체적으로 (추가) 광역화 대상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포괄적으로 광역화를 논의하는 가운데 진주창원MBC에 대한 광역화가 이뤄진 것이고, 이후 원칙적으로 광역화를 논의했던 것이지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광역화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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