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KBS 기자(전 탐사보도팀장)가 '2010 한국방송기자상'에서 공로상을 받은 사실이 KBS 기사에서 삭제돼 '직원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용진 기자는 지난해 11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는 제목의 글에서 KBS의 G20 보도와 관련해 "김인규 사장을 필두로 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사규상 KBS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고 현재 재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 KBS는 1월 26일 오후 7시 <뉴스네트워크> 16번째 꼭지에서 한국방송기자상 시상식 관련 기사를 단신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공로상을 받은 김용진 기자의 수상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15일 KBS 새 노조의 노보에 따르면, 1월 25일 열린 '2010년 한국방송기자상' 시상식에 대한 KBS 기사에는 당초 김용진 기자가 공로상을 받은 사실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기사는 문화과학부의 데스크로부터 '사인'까지 받았으나, 김 기자가 속해있는 울산방송국의 국장이 문화과학부장에게 전화를 건 뒤에 기사에서 김 기자의 수상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KBS는 1월 26일 오후 7시 <뉴스네트워크> 16번째 꼭지에서 한국방송기자상 시상식을 보도하면서 <KBS10> '승자독식의 자화상'의 박순서·박인규 기자, <KBS10> '낮은 세상과 공감하다'의 최서희·유혁근 기자의 수상 사실만을 언급했다.

새 노조에 따르면, 기사 작성의 책임자인 문화과학부장은 "당초 기사에 김용진 기자의 수상내용이 들어가 있었지만, 울산방송국장이 전화를 걸어와 김용진 기자의 수상 내용을 기사에서 빼달라고 요청해 기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반면 울산방송국장은 "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상식 기사가 방송에 나가는지 여부를 물어봤을 뿐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일은 없다"며 삭제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새 노조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울산방송국장이 문화과학부장에게 삭제를 요청하거나 혹은 방송여부를 문의하는 전화를 했고, 이후 기사에서 '김용진'이라는 이름이 빠진 것"이라며 "화면에서도 김용진 기자의 얼굴은 편집되고 사라졌다. 흔한 수상자들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 모습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 직원이 공신력있는 외부단체에서 수상을 한 경우에는 주요 뉴스에서 단신으로 방송한다. 수상자가 대부분 소수이기 때문에 이름을 모두 밝혀주는 것이 관례"라며 "2008년 12월 15일 대한언론상 관련 기사에는 최창봉 전 KBS 부사장이 공로상을 받은 사실이 들어가 있다. 결국 다른 사람은 누구도 상관없지만, '김용진' 기자는 KBS 뉴스에 등장하면 안 된다는 말이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KBS 새 노조가 기자, PD 13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675명 가운데 155명의 기자, PD가 "지난 1년간 간부들로부터 특정인물을 인터뷰하거나 출연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182명의 기자, PD들은 "지난 1년간 간부들로부터 특정인물을 인터뷰하거나 출연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새 노조는 15일 노보에서 공개한 제작자율성 설문조사 3차 결과에 대해 "340명의 제작진이 간부로부터 특정 인물의 출연과 관련된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문서로 작성되지는 않았겠지만 제작과정에서 출연자 '블랙리스트'는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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