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경로가 베트남을 다녀온 안동 축산농가 관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달 동안 이를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14일 FAO 국제식량농업기구 구제역공식표준실험실 조사 결과 발표에서 안동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이 아닌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바이러스와 99.06%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농림부는 2009년 베트남 구제역 바이러스와 98.59% 일치한다며 반박 성명을 냈다.

▲ 이춘석 의원ⓒ연합뉴스
이춘석 의원은 15일 평화방송 <열림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베트남은 2010년도에 구제역이 다시 발생한 만큼 (일치성을 보려면) 2010년도 바이러스로 검사를 해야 했다”면서 “또 베트남 다녀오신 분도 2010년도에 다녀왔다”고 정부의 은폐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춘석 의원은 “구제역국제표준실험실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분석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UN 식량농업기구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지난해 11월 28일에 검사를 의뢰한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 검사결과가 불과 이틀만인 11월 30일에 보고됐고 게재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몇몇 농림부 출입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이 자료를 (농림부에) 몇 차례 요구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며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미 자료는 가지고 있는데 베트남하고 상관성이 없다고 하니 공개하지 못하고 2009년도의 바이러스를 조사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까지는 몰라도 유정복 장관은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며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만약 은폐됐다면 은폐된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역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베트남을 지목한 것은 단지 그 당시 발생지역에 베트남 여행객이 있었다는 것 하나였다”며 쓴 소리를 던졌다.

그는 “실제로 바이러스에서 1%이상은 굉장히 큰 차이이기 때문에 굳이 베트남을 2009년도 것까지 따로 떼어서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베트남여행객이 발생지역에 있으니까 베트남에서 왔을 거라는 비과학적인 어떤 추정으로 결론을 몰아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학적 연구보고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의심만으로 특정인이나 특정계급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제역 유입 장본인으로 지목받아온 권기택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친척이나 친구 등 외부와의 관계를 모두 끊고 집안에서 죄인처럼 지냈다”며 “사실상 구제역 유입 ‘범인’으로 지목돼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