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맹봉학ⓒ맹봉학 씨의 개인 미니홈피
시나리오작가로 촉망받던 최고은 씨의 죽음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영화산업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전화연결에서 배우 맹봉학 씨는 고 최고은 작가와 관련해 “제 주변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죽었던 동료들이 있고 해서 남 일 같지 않다”는 심경을 밝혔다.

맹봉학 씨는 그동안 100편 이상의 저예산 및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2005년 MBC드라마 <내이름은김삼순>에 주인공 김선아(김삼순 역)의 아버지로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맹 씨는 2008년 촛불집회에 참석해 경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이날 라디오에서 맹봉학 씨는 “개인적으로 최고은 작가를 잘 모르는데, (최 작가의 모교)영상원 친구들과 영화를 많이 찍었다”며 “제가 주인공으로 몇 작품 했던 감독도 계약은 하는데 별로 영화화되지 않아 굉장히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2000~3000만원에서 잘되는 경우 1/3 정도 계약금을 받기도 한다”며 “그러나 계약이 1~2년 잡혀 있어서 그 안에 완성을 하고 상업영화로 만들어야 한다. 계속 글은 쓰는데 제작자가 돈을 안 대주면 결국은 (작품은)없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그 친구는 나머지 돈을 받을 수 없다. 1~2년 허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받았던 연봉 300~350만 원가량의 돈으로 1~2년을 버텨야 하지만 그나마 영화화 되지 않으면 그 이상의 기간을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고 최고은 작가에 대해 ‘아르바이트라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맹봉학 씨는 “그것은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의 얘기”라며 “작가들은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작품을 더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들에게는 자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 같은 경우도 한 달 수입은 약 50만원 내외다. 그런데 그걸 누구한테 말할 수 없다. TV를 틀면 옛날에 나왔던 영화나 드라마가 재방송 되고 있고 그러다보니 돈도 많이 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그러다보니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 수도 없고, 써주지도 않겠지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맹봉학 씨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2008년 촛불을 들고, 경찰에 소환된 후 영화를 한 편도 못 찍었다”며 “1년에 가끔 몇 편의 CF를 찍었는데 그것도 없고 드라마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개인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젊은 날의 초상>, <겨울나그네>, <청춘>으로 대종상을 수상했던 곽지균 감독이 “일이 없어 괴롭고 힘들다”는 글을 남기고 자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문화산업 구조의 문제와 관련해 맹봉학 씨는 연극에서는 정부의 대관료 절반 지원과 영화계에서는 스타 위주의 시스템이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극장의 경우는 하루 대관료가 100~150만원”이라며 “그러면 관객이 다 유료로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제작하면 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비에 따라 500만원~1000만 원 정도 지원에 배우 20명이 출연하면 진행비 등으로 인해 결국 제작자가 몇 천만 원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 쪽의 경우, 제작비의 40~50%가 스타들의 몫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못 받는 것이다. 저 같은 경우도 예전에는 200~300만원 받았는데 어느 날 나갔더니 45만원에 하겠느냐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는 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적용하는 실업급여가 있어 일정기간 이상 일한 예술인들은 생계를 보호받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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