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2013년 EBS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문제에 대한 EBS 특별감사 결과가 나왔다. EBS 내부에서는 감사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입장에 따라 감사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평가를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각 입장의 해석과 평가의 기초가 되는 EBS 감사실의 사실 판단은 일차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EBS 감사실의 사실 판단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는 점 강조한다. 미디어스는 이번 특별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있는 내용 그대로 전하려고 한다. 앞서 나온 각 입장은 기사 내용에서 제외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번 특별감사는 EBS 노사가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 당시 평생교육본부장(방송제작본부장)을 역임한 박치형 현 부사장의 임명을 두고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2013년 김진혁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제작 중이던 반민특위 관련 다큐멘터리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가 김 PD의 수학교육팀 발령으로 제작이 중단되었고, 그 책임이 당시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했던 박 부사장에게 있다는 EBS 내부 문제제기가 있었다. 문제가 확산되자 지난 5월 김명중 EBS 사장은 EBS 공영성 훼손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특별감사를 청구했다.

EBS 감사실은 지난달 김 사장에게 '독립유공자후손편 특별감사 처분요구서'를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EBS 감사실은 관련자 진술과 자료를 확인·종합한 결과,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을 위한 보복성 인사 여부에 대해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한 상반된 쟁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 등을 확보할 수 없는 조사상의 어려움으로 논란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확인 불가' 결론을 냈다.

EBS 감사실은 보고서에서 당시 "신용섭 사장, 윤문상 부사장, 박치형 본부장이 모두 직접적으로 해당 프로그램 내용을 문제 삼지는 않았고, 제작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하였으며, 그런 지시를 들은 간부나 관련자도 없다고 확인한 반면 김진혁 PD는 박 본부장이 수학교육팀 전보 발령 전에 '독립유공자후손편'을 보고하라고 했고, 교육다큐부 파견기간 중 통상적인 업무보고의 범위를 벗어나는 스태프의 명단과 경력 등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했으며, 결국 대체 제작자를 찾지 못해 유보되었다고 주장했으나, 각각의 진술 등을 입증할 만한 직접적 증거는 확인이 어려웠다"고 했다.

관련자 진술을 살펴보면, 신 사장은 EBS 감사실에 수학교육사업 강화 목적으로 김 PD를 전보 발령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김 PD 발령 후에도 반민특위 다큐를 계속 제작하게 해주겠다는 신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김 PD와 관련 부장들은 다큐를 계속 제작하게 해주겠다는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 PD를 포함한 발령인원은 수학교육팀의 요구인원보다 많았고, 김 PD의 발령은 수요부서와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BS 감사실은 "수학교육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인사 발령한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통상 인사 발령은 수요부서의 충원요청 등을 참고하지만 당시 해당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이었던 점과 인사권자가 해당 사업 강화 목적으로 인사 발령했다는 의견도 있어 사실여부는 입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EBS 감사실은 다큐 제작 중단을 위한 '표적 감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특별감사(다큐프라임 자체 제작인력의 복무기강 점검)는 규정 위반에 대한 특별감사 요청으로 실시되었는바, 제작중단을 위한 표적감사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EBS 감사실은 "직원의 복무규정 위반 사실이 특별감사 이전에 있었던 점, 종래 특별감사의 사례와 같은 형식과 절차로 진행되었던 점, 사장 등이 제작중단을 위한 표적감사를 지시한 증거자료나 관련자 진술이 없었던 점 등으로 보아 제작 중단을 위한 표적감사 의혹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과 관련해 EBS 감사실은 "인사권자 등의 합리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으로 EBS의 신뢰하락, 제작유보 및 인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면서도 "해당자들은 퇴직하였고 징계시효는 경과했다"며 '처분 불가' 결론을 냈다.

EBS 감사실은 "인사권자인 신 사장과 윤 부사장은 3개월 사이에 담당PD를 전보발령, 파견, 복귀 등 3차례에 걸쳐 합리적이지 못한 인사 조치를 하게 되었다"며 "이로 인해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이 완료되지 못했고 시청자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었으며, 또한 1억 4,500만원의 제작비 예산과 인력 손실을 초래하게 되는 등 임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했다.

EBS 감사실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박 본부장의 책임에 대해선 "비록 최종 인사권자는 아니지만 부서장으로서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관리 책임이 있었고, EBS 제작 상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EBS 감사실은 박 본부장이 "인사 발령으로 인한 제작중단과 이로 인한 노사갈등 등의 문제가 교육다큐부장의 보고 등을 통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을 설득하여 제작을 계속하게 하는 등의 노력이 부족했고, 결국 제작비 예산과 인력 손실을 초래하게 하는 등 담당 부서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사 발령 담당 부서도 제작이 70% 진행된 담당PD의 3개월 사이 3차례에 걸친 인사발령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EBS 감사실은 김 사장에게 장기 제작 프로그램 제작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할 것과 교육다큐위원회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제작이 유보된 반민특위 다큐에 대해서는 향후 교육다큐위원회에서 제작여부를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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