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의원과 엄기영 MBC 전 사장의 강원 도지사 타이틀 매치는 과연 성사될 것인가? 이 대박의 흥행은 세간의 기대처럼 보궐 선거에서 이루어질 것인가? 엄기영씨가 도계를 넘나들면서 열심히 뛰는 것은 이미 오래된 주지의 사실이다. 엄씨가 공백이 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오고 싶어 하는 것도 거의 확실해 보인다. 최근에는 텔레비전에도 그 잘난 얼굴을 내비췄다. 카메라 바깥에서는 또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엄씨에 대해 많은 이들이 놀라워한다. 현 정권이 들어 MBC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태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사람들은 그가 보인 최근의 변신에 기막혀하기도 한다. 헛된 환상을 품은 탓이다. 나 또한 살짝 그랬지만. 그럼 지금부터라도 일은 잘 될까? 엄기영은 드디어 최문순과 적으로 맞붙는 정치의 시간을 맞게 될까?

▲ 엄기영(왼쪽), 최문순
개인적인 추측은 이렇다. 김완 기자가 예상하고 다른 매체에서도 이미 띄우기 시작하는 ‘최문순 대 엄기영’의 빅 매치는 말처럼 쉽지 않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무척 많다. 두 사람이 지닌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제도정치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기대감에서, 나도 제발 그렇게 행운의 대진이 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진 후보들끼리의 시시한 각축장이 되기에, 강원도지사라는 타이틀은 이미 훨씬 큰 무게를 갖는다. 따라서 큰 게임에는 헤비급의 등장이 어울리며, 최문순과 엄기영의 격돌은 이런 점에서 비중에 딱 맞다.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수 있다. 성사만 된다면, 요즘 말로 대박이 날 것이다. 흥행에 분명 성공할 시합이다. 문제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시합의 성사가 더욱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링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과연 원주와 강릉의 기득권을 넘어 춘천 사람들끼리의 싸움이 성사될까? 한나라당 예선리그에서 춘천 소속 엄선수는 예컨대 원주 소속 이계진이나 강릉 쪽에서 나올 또 다른 선수를 모두 따돌리고 최후의 링에 오를 수 있을까? 여의도에서 악착같은 인파이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링 바깥에서의 활약상으로도 이미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최문순으로 상대방 출전 선수가 정리될 때도? 만약 춘천출신 두 선수가 붙으면, 그때 다른 지역 사람들은 누구를 성원하고 누구에게 표를 던질까? 아끼던 선수를 잃은 팬들은 또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런저런 것들을 다 고려할 때, 결정적 승부처에서의 최-엄 매치는 결정이 쉽지 않은 리스크 큰 카드다. 누군가는 이렇듯 지역정치를 훨씬 넘어서면서도 여전히 지역구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빅게임의 예상 득표수를 심각하게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한때 MBC라는 대형 프로덕션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서로 어떻게 통하는 선배 사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선수의 격돌은 개인기량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MBC의 자존심을 두고 다투는 것은 전혀 아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정치적 득세 차원도 훨씬 뛰어 넘어, 현 정권의 공영방송 및 자유언론 통치문제를 두고 맞붙는다. 누가 이기는지 여부에 따라, 현 정권의 MBC 장악사태와 공영방송 통제사태, 언론자유 탄압사태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 내려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심장한 게임에 유권자들이 참여하며, 그런 큰 의미를 두면서 훨씬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관전하게 된다. 마치 한일전보다 더 부담이 되는 게임이 벌어지는 셈이다. 과연 이런 위험한 게임을 한나라당이 밀어붙일 수 있을까? 엄씨의 기대와 무관하게, 그럴 자신감이 현 정권에게 있는가? 산술이 떨어지나?

최의원은 역시 큰 선수답게 빼지 않았다. 한번 해 볼만 하다고 했다. 석연찮은 이광재 선수의 판정패를 두고 이를 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체의 수가 없고, 그건 진보진영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이쪽은 정리가 쉬운데, 저쪽의 선발이 기대처럼 쉬울까? 그래서 양선수가 코너에 앉아, 주변의 코치를 받으며, 결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엄씨의 전적에 관해서는 <미디어스>를 통해 몇 번 인상을 밝힌 걸로 가름하자. 못 말리는 선수, 제발 선발전에서 잘 싸워 최종 라운드에 꼭 오르시라. 선거라는 비정한 링에서 변신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냉정한 심판을 받아보시라. 이쪽에서는 최 선수가 나가고. 그런 정치적 흥행을 성사시켜 보자. 땡! 공이 울리면 두 선수 뛰쳐나가 난타를 주고받고, 결국 누군가는 나가떨어지는, 생각만 해도 부르르 떨리는 빅 매치를 한번 만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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