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요즘 언론은 조국에 빠져 있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 문제를 파고 또 파고 있다. 언론이 이처럼 특정 장관 후보자에 몰입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도량은 폭주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포털에 검색되는 기사량이 1만 건을 넘었다. 간간이 조 후보자의 해명을 다루기는 하지만 대부분 해명보다는 의혹 부풀리기에 전력하는 양상이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들은 언뜻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 잊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장관급 개각은 총 8명이 대상이고, 그중 주미대사를 제외한 청문회가 필요한 인원은 7명이나 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른 후보자들 이름도 생소할 지경이다. 그들 여섯 명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김현수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후보자 등이다.

그러나 언론은 조국 후보자 외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법무부 장관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인가? 아닌 것 같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직책보다는 조국이라는 인물을 쓰러트리기 위한 총력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언론의 1면, 모든 방송 뉴스의 톱뉴스의 자리를 독차지한 소위 조국 논란에는 사실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마저 판을 치고 있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한 매체의 기사는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기사의 제목은 “조국 딸 오피스텔..거주자 주차장엔 차 10대 중 2대가 포르쉐”였다. 삭제는 됐지만 이런 기사를 쓰고 데스킹을 거쳐 출고됐단 사실에 현재 조국몰이에 나선 언론이 이성을 잃은 것 아닌지 누군가는 의심을 가져야 한다.

매일경제 21일 자 기사. 현재 이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언론의 역할은 누군가 던지는 의심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확인하는 것에 있다. 그런 것을 취재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포털을 뒤덮은 조국 후보자 관련 논란들에는 가정과 예정이 많다.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할 예정이라는 기사들이다. 저널리즘의 본분이나 기본은 이미 상실된 상태다.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이 소문의 뒤꽁무니에 매달려 있다.

어쨌든 세상이 이렇게나 시끄러워졌으니 이제는 그런 것들이 법무부장관의 배제 원칙에 들어가는지 따져보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서 장관 청문회가 존재하기도 한다. 한시도 지체 말고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장의 청문회를 애써 피하려고 한다.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언론이라도 의혹을 확인하든지 아니면 해명하든지 청문회를 열라고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 역시 청문회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쯤에서 논란들은 잠시 접어두고 어쩌면 본질일지도 모를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임명의 의미를 돌아볼 필요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검찰개혁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사법라인은 검찰개혁을 비로소 가능케 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존재한다. 다만 그 기대는 이제 너덜너덜해진 넝마가 됐다.

검은손으로 개혁을 하려 한다면 그것은 누구라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언론들이 수행하는 것이 냉정한 검증이라는 느낌을 들지 않는다. 팩트첵크와 반론 없는 무제한적 의혹 생산에 빠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시기도 언젠가는 지나게 될 것이고, 이 사태를 돌아보게 될 지점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 부끄럽지 않을 기사를 쓰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조국 논란의 와중에 일본 불매운동 소식이 끊긴 것도 씁쓸한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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