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연예계입니다. 한 가족 같던 카라는 소속사와 부모님의 대리전 속에서 3대 2의 구도로 나뉘어져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습니다. 5개월간 해외를 전전하던 신정환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그동안의 잘못과 거짓말에 대한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김성민의 입에서 전달되는 마약 사범에 대한 흉흉한 소식은 많은 이들의 고약한 호기심과 한숨을 동시에 불어 일으키는 실정이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다이내믹한 대한민국의 특징이라지만 악재와 어수선함으로 시작하는 2011년의 풍경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부활이 돌아왔습니다. 싱글 하나만 발표해도 각종 언론 자료로 인터넷과 신문 지상을 도배하는 수많은 어린 후배들과는 달리 아무런 소식도 없이, 예고도 없이 불쑥 자신들의 신보를 내밀었죠. 비밀. 어디선가,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친숙한 부활의 코드가 듬뿍 담긴 이 노래는 조용한 등장과는 달리 각종 음원차트를 점령하며 그들의 관록과 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이유의 열풍이 사그라지기 시작했고, 빅뱅의 유닛 활동도 슬슬 힘이 빠지고 있는 공백을 부활의 노래가 차기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닙니다. 음원 차트 몇 가지를 휩쓸었는지, 그 군림의 기간을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음원을 판매했는지의 여부 이전에 부활에게는, 그리고 김태원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거죠. 바로 존재한다는 것.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그 신보 하나하나에 담긴 의지와 힘을 후배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지거든요. 부활의 이름은, 김태원의 존재는, 그리고 그들의 신보가 지금의 우리에게 말해주는 울림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거든요.

불꽃처럼 화려하게 빛나기는 하지만 하루살이처럼 사그라지고, 다른 이들의 의지와 개입에 휘둘리며 마치 인형처럼 이용당하는 것처럼 보이고, 순간의 유혹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치고 사랑해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들이 가득한 것이 지금 연예계의 실정입니다. 보기에는 멋져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또 어떤 더러운 것들, 실망스러운 것들이 가득해서 불안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는, 그들을 향한 신뢰와 믿음이 점점 더 사라져버리는 것. 그래서 작은 것 하나에도 온갖 의심과 추측, 잔혹한 공격이 거세어지는 의심의 세상에서 우린 살고 있어요.

그렇지만 부활은 살아남았습니다. 서로 배신, 혹은 엇갈림 속에서 무수히 많은 멤버들이 부활을 거쳐 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났습니다. 고작 5년도 되지 않은 그룹들이 서로 갈려져 그룹이 존속하네 마네, 배신을 했네 의리를 지켰네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지금껏 부활을 거쳐 간 멤버들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유혹을 이지기 못했다, 너무나 힘들었다며 눈물의 고백을 하고 처분을 받겠다며 고개를 조아리지만 과연 김태원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몸을 망치고 사람을 실망시키고 다시는 기타를 잡지 못하고 무대에 서지 못할 것처럼 추락한 사람이 있을까요? 흔들리기도 여러 번, 위기는 언제나. 그렇지만 부활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들의 노래가 마음을 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의 스산한 연예계 풍경에서 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더욱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 때 헤어졌던 이름인 박완규라는 것이 더더욱 의미를 깊게 만들어주고요.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단순한 진리. 시간과 세월과 함께 쌓아가는 저력과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증명하는 그룹. 부활이 돌아왔습니다. 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어른이 말해주는 비밀 앞에서 후배들은 배워야할 것이 너무나 많아요.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우리에게 위로이고, 고마운 선물입니다. 너무나 반갑고, 눈물겹습니다.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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