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아이돌에서 신한류의 주역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입지전적 아이돌 그룹 카라가 돌연 소속사인 DSP에 전속해지 통고를 했다. 리더인 박규리를 제외한 한승연, 구하라 등 멤버 네 명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속사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대해서 일단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라는 것이다. 사실 동방신기 사태를 통해서 노예계약이라는 화두가 연예계에 회자하게 되어 SM이 공공의 적처럼 여겨졌지만 그것이 SM만의 문제일 거라는 생각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거대 기획사가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돈벌이 그 단 하나의 이유 말고는 없다. 거기에 이런저런 미사여구로 치장하지만 언론 플레이용 외에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아이돌 그룹의 활동에는 일방통행식 매니지먼트가 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아이돌 그룹의 계약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기획사의 ‘갑’의 지위는 위협받지 않고 있다.

팬미팅조차 길거리에서 할 정도로 방치되었던 카라가 이제는 소녀시대랑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렇게 변화된 카라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존재는 아마도 소속사뿐일 것이다. DSP의 문제는 이미 핑클이 활동할 시기부터 팬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리고 급기야 작년 SS501의 김현중을 비롯해서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사태를 맞이했고 이제 DSP의 유일한 스타 아이돌 그룹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카라 네 명의 멤버가 함께 한 결별의 법적인 결과는 어떤 형태로건 성공할 것이다. 동방신기의 예도 있고, 슈퍼주니어 한경의 예로 봐서도 멤버들의 승리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국내외 최대의 팬덤의 지원을 받는 동방신기 이탈파 JYJ조차도 국내외 활동이 여의치 않다. 하다못해 오랫동안 불편한 사이에서 최근 전격 화해한 SM과 엠넷도 JYJ의 케이블 활동조차 막으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법적으로, 대중의 판결에서 분명 SM에 반기를 든 JYJ가 우위에 섰지만 그들의 현실은 발이 묶여 있을 뿐이다. 이번 카라 사태를 보면서 걱정이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의 불화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그 후에 잘된 경우가 없다. 그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법적 절차를 선택할 정도로 카라 멤버들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거대 기획사들의 담합에 방송사들도 거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소속사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고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너무 처음부터 비관론을 갖는 것이 스스로도 불만이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런 현실은 노예계약으로 아이돌 그룹을 묶었던 것보다 더 지탄받아야 할 것이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 알면서도 알 수 없는 유령의 놀음이 되어 있다. 지금 JYJ의 공중파 출연을 막고, 허각 등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발을 묶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은밀하고 끈끈한 관계가 와해되지 않는 한 동방신기 등 누구도 가수로서의 활동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이제는 개별 기획사의 횡포가 아니라 기획사와 방송사 간의 숨겨진 카르텔을 무너뜨리지 않고는 아이돌 그룹의 자유선언은 자칫 고립선언이 될 공산이 더 크다. 카라가 소시의 자리까지 넘보는 위치로 성장했듯이 이번 문제가 동방신기 때와 못지않은 이슈가 될 것이다. 이번에는 소속사 DSP만이 아니라 가요계 전반을 왜곡하고 있는 담합과 싸우지 않고는 카라의 독립선언은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카라 팬덤이 아니라 아이돌 전 팬덤이 뭉쳐 이 거대한 힘에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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