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보건복지부 협찬 고지
노골적인 상품 광고라는 비난을 직면하고 있는 간접광고에 정부가 가세했다.

주로 기업이 방송사와 직거래를 통해 진행했던 간접광고에 정부가 광고주로 이름을 올렸다. 간접광고는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됐다. 보도·시사·논평·토론 프로그램은 간접광고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6일 20회로 종영한 SBS의 ‘시크릿가든’에는 지난해 11월 13일 방송된 1회 때부터 보건복지부 협찬 고지가 자막으로 게시됐다. 또한 지난 15일 '시크릿가든' 19회에서 ‘가수 오스카 금연홍보대사 위촉식’ 장면이 보건복지부의 금연홍보 간접광고로 모습을 드러냈다. 복지부가 ‘시크릿가든’ 간접광고를 위해 투입한 국민의 세금은 1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금연홍보 예산 281억 원 중 일부분으로 알려졌다.

▲ 지난 15일 '시크릿가든' 19회에서 ‘가수 오스카 금연홍보대사 위촉식’ 장면이 보건복지부의 금연홍보 간접광고로 모습을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간접광고에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와 함께 정부의 간접광고가 조중동과 매경 등의 종합편성채널에 치우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방송발전기금을 통해 시사교양 방송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이는 어디까지나 지원이지 정부 정책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 간접광고는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정책 홍보의 장이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금연 등 공공의 이익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간접광고가 집권층의 이익과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 홍보가 집권층의 이해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 간접광고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통해 확인된다.

찬성하는 측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세금이 남용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할 방법이 없다. 방송법 시행령은 프로그램에 따른 간접광고 허용 여부를 규정하고 있을 뿐 별도의 내용 규제는 없다. 거래 또한 정부와 방송사의 직거래다. 방송계 관계자는 “정권의 이해가 공공의 이익으로 선전돼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시사 교양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송발전기금과는 달리, 정부 간접광고는 노골적인 간섭이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동과 매경의 종합편성채널 출범으로 드라마 제작 여건이 악화되고 제작비 충당을 위한 간접광고가 범람할 것으로 예견된다. 여기에 정부가 간접광고라는 형태로 드라마 오락프로그램 제작 지원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보수신문과 일부 경제지에게 돈을 주고 친정부적인 기사와 칼럼을 게재하게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권력과 특정 신문이 보인 새로운 금전적 거래였다.

이러한 금전적 거래는 조중동과 매경의 종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부양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가 종편이 제작하는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에 정부 간접광고를 대대적으로 밀어주는 것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금전적 특혜라는 차원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종편 방통기금 유예를 시사하고 있다.

또한 정부 광고가 이명박 정부 들어 한 쪽에 치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종편 출범 이후 정부 간접광고의 향방은 짐작 가능하다. 국회 민주당 문방위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광고에 간접광고까지 더해 먹거리를 책임지는 종편 광고주로 기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이는 국민의 혈세로 종편을 먹여 살리는 꼴 밖에는 안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골적인 정부 정책 홍보가 해당 작품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시크릿가든의 정부 간접광고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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