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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내 조직, 성추행 피해에 침묵·방관으로 일관"성추행 사건 피해자 동기들 실명 내걸고 '공동성명' 게재… "노조·기자협회 침묵"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7.30 08:17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지역 총국 소속 기자의 성희롱·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회사와 노동조합, 전국기자협회 등 KBS 조직이 침묵·방관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의 피해 기자들과 동기인 KBS 취재·촬영기자 43명은 지난 25일 실명을 내걸고 사내게시판에 '침묵도 가해, 방관도 공범'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게재했다. 

앞서 8일 한겨레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KBS 지역 총국 팀장급 기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후배 기자들을 지속·반복적으로 성희롱했다. 이에 피해 기자들은 지난해 2월 사내 여성협회가 실시한 전수조사에 익명으로 피해 신고를 했고, 같은 해 10월 사내 성평등센터가 설립되자 공식적으로 사건을 신고했다. KBS는 조사에 착수, 사건 당사자를 '정직 6개월' 징계처분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 기자들은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으며 사내 조직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KBS)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건 당사자는 지난 3월 회사를 상대로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이에 지노위는 "이 사건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이 사건 정직을 행함에 있어 절차의 하자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사건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 양정은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 부당하다"고 '부당정직' 판정을 내렸다.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가 과도하다"는 게 지노위 판단이다. KBS는 지노위 결과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이들에 따르면 지노위 판정 이후 사건 당사자는 피해자들이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고, 피해자들은 일부 회사 선배들과 회사 곳곳에서 '선배를 모함했다', '사건 당사자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등과 같은 2차 가해를 당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회사생활에 뒤따를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했던 이들이다. 신고를 하고서도 직군이나 기수가 알려질까봐 피해 사례를 공개조차 하지 못했던 이들이다. 그런 피해자들이 언론의 취재요청에 모든 두려움을 감수하고 직군도, 기수도, 피해사례도 공개했다"며 "그들의 피해에 분노하는 00기, 00기 기자들도 함께한다.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피해를 공개하지 못하는 점을 수단 삼아 최소한의 의무와 역할마저 저버리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KBS 조직의 불합리함에 분노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KBS 전국기자협회 등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사내 조직들이 "피해를 신고하면서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피해가 인정돼 사건 당사자가 징계를 받는 순간에도, 지노위 판정을 이유로 피해 사실의 진위를 의심받는 '2차 가해'가 사내 공공연히 일어날 때도 어떤 입장 표명도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방관으로 일관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언론노조 KBS본부에 대해 "피해자 보호는커녕 단 한 번의 입장 발표도,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조차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정직 징계를 받았던 사건 당사자의 '지역정책실' 발령이 논의되자, 피해자들은 KBS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원칙이 무너지려 한다는 위기감에 노조의 대처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러나 KBS본부는 노조 간부회의 결과라며 "인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고, 이후 발생한 2차 피해에도 침묵해 "결국 피해 조합원을 외면하고 사건 당사자를 비호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KBS 지역총국 기자들을 협회원으로 두는 전국기자협회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가 전국기자협회 간부였을 당시 벌어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오히려 협회원 일부가 사건 조사기간 중 "여러분들이 성희롱범으로 낙인찍은 그 사람을 10년 가까이 지켜봤지만 제가 아는 한 일상에서도 술자리에서도 그런 모습을 본적이 없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책임져야 한다" 등의 글을 사내에 게재하고, 사건 당사자를 두둔하는 탄원서까지 작성하는 등 2차 가해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노조 KBS본부에 사건 당사자 즉각 제명과 공식사과,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에 대한 제재 등을, 전국기자협회에는 사건 당사자 즉각 제명과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처 방안과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 등을 각각 요구했다. 또한 회사에는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 조치와 처벌 강화 방안 마련, '사내 성폭력 징계 시효 2년'의 대폭 확대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조직의 근본을 드러낸다"며 "이미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KBS가 근본을 바로 세우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또다시 사안을 묵살하고 수수방관할 경우, 성명에 동참한 기자들은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들의 공동성명에 언론노조 KBS본부와 전국기자협회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향후 요구사항 실현을 위해 논의하고,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5일 밤 성명을 내어 "침묵과 방관으로 읽혔다면 본부노조의 책임"이라며 "이번 공동 성명에 대해 본부노조는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본부는 "본부노조의 태도가 해당 사안을 방관하거나 침묵한 것으로 오해를 샀다면 이 부분 역시 본부노조가 반성해야할 부분임을 인정한다"며 "성명을 통한 요구사항에 대해 일일이 서면으로 답하기보다는 진솔한 청취와 성실한 답변을 위한 만남의 자리를 제안하며 제안에 대해 언제든지 응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전국기자협회는 협회와 구성원의 성 감수성을 높이고 재발방지,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요구 사항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실현할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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