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별관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실시를 제안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무상급식이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최대쟁점의 하나로 떠올라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무상급식이 반대한 한나라당에게는 쓴맛을, 찬성한 민주당에게는 단맛을 안겨줬던 것이다. 이것은 다수의 국민이 무상급식을 찬동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턱걸이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대해 편집광적 거부반응을 보이며 서울시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무상급식을 ‘부자급식’, ‘매표행위’, ‘복지 표퓰리즘’ 따위로 맹비난하며 시의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

민주당 자료에 따르면 지역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초등학교는 전체의 79%이다. 229개 시․군․구 중에서 전면실시 90곳, 부분실시 91곳 등 181곳이다. 유치원은 전면실시 12곳, 부분실시 93곳으로 실시율이 45.9%이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실시율이 낮아져 중학교 33.2%, 고등학교 11.4%이다. 수도권과 광역도시의 실시율이 낮으며 특히 대전, 울산은 무상급식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울산은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이제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은 대세를 거역하면서 시의회 의석의 3/4를 차지한 민주당과 대결국면을 넘어 충돌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2011년도 예산안 20조5,850억원을 심의, 확정하는 과정에 무상급식 695억원을 신설했다. 오 시장은 예산집행을 거부하겠다며 완강한 자세를 굽힐 줄 모른다. 그 근거로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127조 3항을 들고 있다.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시의회가 재의결하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싸움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은 민주당의 공약이고 그 바람에 다수당을 차지했다. 오 시장이 무상급식을 무조건 거부하자 민주당이 무상급식 법제화에 나섰다.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지원대상을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보육시설로 하고 금년 초등학교, 내년 중등학교부터 우선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오 시장이 조례 공포를 거부하자 허광태 시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공포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에 맞서 오 시장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오 시장은 작년 12월 1일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밖으로 돌며 무상급식 망국론을 외치고 있다. 세금으로 개인 의견인 무상급식 반대 신문광고를 냈다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이란 판정을 받았다. 법정예산심의기간에는 의회참석을 거부했다. 그의 불참으로 인해 민주당이 무상급식 예산을 신설하면서 그의 동의를 얻을 수 없었을 테니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내도 승산이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부문에 대해 시의회가 신설항목을 의결했더라도 예산은 유효하며 무상급식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사법부에서 위법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오 시장에 대해 국민감사 청구운동을 펴기로 했다. 시의회 출석거부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무상급식 반대 신문광고를 내 시민의 혈세 3억8,000원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광고에 본인과 부모의 동의 없이 어린이 알몸 사진을 합성해 실려 유엔아동인권협약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이 시의회가 조례를 제정했다는 이유로 시의회 출석을 거부한다면 이것은 조례제정권, 즉 입법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그럼 시의회는 자구책으로 조례를 하나 더 만들어 집행부의 독단적 시운영을 견제하면 된다.

미국 연방정부에서도 대통령이 의회가 의결한 예산의 집행을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 리차드 닉슨은 예산집행거부를 대통령의 고유권한처럼 알고 있었다, 닉슨과의 마찰이 잦자 1974년 당시 의회를 장악하고 민주당이 ‘의회예산 및 예산집행거부 통제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특정예산의 폐지를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폐지하려면 45일 이내에 상-하원 양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의회가 꼭 표결해야 하는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통령 요구는 무시되어 왔다.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행위를 봉쇄한 셈이다. 이런 조례를 서울시가 만들면 된다.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다. 오 시장의 논리대로 무상급식이 부자급식이라면 무상교육은 부자교육이다. 부자한테서 수업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다. 부자는 세금을 내니 무상급식을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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