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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여성을 가정폭력에 옭아매는 제도란체류자격·국적획득 등 이주여성 생존권은 남편에게… 결혼·출산의 도구로 보는 인식도 한 몫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7.09 12:3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30대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이주여성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결혼 이주여성을 옥죄는 사회인식과 제도의 허점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정폭력 피해 이후의 조치부터 체류기간, 국적취득, 양육권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들의 권리를 현 제도와 인식만으로는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이주 여성 체류실태 결과' 자료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인 결혼이주 여성 920명 중 가정폭력의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2.1%(387명)에 달했다. 가정폭력의 유형(복수응답)을 살펴보면 이들은 심한 욕설(81.1%, 314명), 폭력 위협(38%, 147명), 흉기 위협(19.9% ,77명) 등 언어적·신체적 학대와 성행위 강요(27.9%, 108명), 성추행·강간(15.5%, 60명) 등 성적 학대를 비롯, 다양한 유형의 가정폭력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겪고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가정폭력 시 도움요청 여부에 대해 '없다'(140명)는 응답이 '있다'(119명)는 응답보다 더 많았는데, 이유는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35명),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몰라서'(29명),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29명) 등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이주 여성 체류실태 결과'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의 이현서 변호사는 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 이주여성을 도구화하는 사회인식, 제도의 취약성, 인권교육의 부재 등을 꼽았다. 특히 이 변호사는 결혼 이주여성의 한국 생존권을 남편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종속관계에서 빈번한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제도가 취약하다. 이주여성의 체류자격 존부와 관련한 권한이 전부 남편한테 있다"며 "남편은 체류자격을 볼모로 권력이 생기고 이주여성은 거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 상황에 놓여있는 이주여성이 체류자격을 연장해야 할 때, 아이 없이 이혼을 한다면 남편의 귀책사유를 이주여성 스스로가 완전히 입증해야만 체류자격이 연장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체류자격을 일정정도 유지시켜주는 양육권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변호사는 "양육권 문제에 있어서도 남편의 귀책사유가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으면, 아이에게 가장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가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이주여성의 언어능력, 소득상태, 아이의 양육을 함께 돌봐줄 가족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며 "이런 점에서 아무래도 한국인 배우자에 비해 양육권을 얻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설령 이주여성이 양육권을 가지게 되더라도 아이가 성인이 되면 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은 사라진다. 때문에 이주여성은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국적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 역시 남편의 귀책사유가 온전히 입증되어야만 한다. 

이 변호사는 "이주여성들은 이혼을 하는 경우 국적을 취득해야만 아이를 한국에서 안전하게 키우고 살아갈 수 있다"며 "그래서 귀화를 생각하게 될 때, 일반 국적취들 과정보다 좀 더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간이 귀화'를 생각하는데 남편 책임에 의해 이혼을 한다는 게 입증이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간이 귀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상황에 놓인 결혼 이주여성들이 쉽사리 이혼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주여성을 결혼과 출산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회 인식도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결혼중계업체나 실제 결혼하는 남성배우자 중에는 이주여성을 자신의 결혼·출산의 수단으로 여기고 도구화 하는 경향이 있다. 이주여성의 존엄성이 취약해지는 지점"이라며 "우리나라가 국제결혼을 도입할 때 저출산 문제, 농촌 고령화 문제 때문에 필요해 의해 도입한 면이 없지 않다. 제도의 시작이 그러다보니 제도 자체도 이주여성을 대상화·수단화 시키는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기존 폭력피해 이주여성 쉼터 등 32개 보호시설 운영에 더해 관련 '긴급지원팀' 구성하고, 올해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 상담소' 5개소를 신설해 이주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 32개소 보호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폭력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피해자 지원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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