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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쳐’- 한석규와 김현주, ‘비밀의 숲’ 안길호가 풀어내는 경찰 비리의 어두운 숲[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7.08 17:06

드라마 <비밀의 숲>이 방영된 지 벌써 2년여, 하지만 아직도 가장 좋았던 혹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꼽자들면 <비밀의 숲>을 내미는 시청자들이 많다. 바로 그 <비밀의 숲> 안길호 피디가 돌아왔다. 6월이지만 올해처럼 벌써 더웠던 2017년 그 열기를 서늘하게 식혀주며 우리의 심장을 울렸던 이야기. 그래서 OCN 새 오리지널 <왓쳐>를 보며 오프닝부터 어쩐지 <비밀의 숲>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냐고 설레는 시청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비밀의 숲> 조승우와 배두나라는 절묘한 조합 못지않게 한석규에 김현주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기대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왓쳐를 이끄는 

<비밀의 숲> 1회, 서부지검 형사부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은 동료 검사들의 스폰서였던 박무성이 검사들의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그는 죽어있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된 검찰 비리의 숲. 그 숲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도록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바로 황시목이라는 데 <비밀의 숲>을 본 시청자라면 이견이 없을 것이다. 

OCN 새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

그렇다면 <왓쳐>에는 도치광(한석규 분)이 있다. 뇌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이후 감정계에 이상이 생겨 모든 일을 이성적 원리원칙대로만 처리하여 동료 검사들에게 왕따가 되었던 황시목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동료 경찰들을 잡아먹는 저승사자의 역할을 자처하여 동료들에게 '경원'시 되는 도치광. 그 역시 '감찰반'이라는 직무의 특성상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런 도치광의 눈에 들어온 김영군. 그는 15년 전 도치광의 손으로 체포한 선배의 아들이다. 눈앞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는 것을 목격했던 아이. 그는 커서 직업 군인이 되었고, 이제 잘나가던 군인의 길을 마다하고 경찰이 되었다. 여전히 그를 보면 15년 전 그 사건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람들. 그런데 그가 경찰이 되었다. 그리고 도치광은 어느새 그를 자신의 팀원으로 여긴다. 

<비밀의 숲>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으로 등장했던 배두나가 분했던 한여진. 마치 백지 위에 경찰과 정의라는 두 단어만 쓰여 있다는 듯이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뚜벅뚜벅 거침없이 나아갔던 한여진에 대한 기억은 접어두고, 이제 <왓쳐>는 도대체 무슨 색일지 알 수 없는 색채를 지닌 여성 캐릭터로 또 한 명의 한씨, 한태주(김현주 분) 변호사를 내세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OCN 새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

이들 세 사람은 <비밀의 숲>처럼 '사건'을 통해 조우한다. 범인을 쏜 교통경찰, 동료 경찰을 집요하게 쫓는 감찰반, 그리고 돈만 주면 어떤 사건이라도 맡는다는 변호사. 이들은 구속된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범인을 두고 엇갈리며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은 이들 세 사람의 공조 아닌 공조 수사를 통해,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사건이지만 그 뒤에 비리 경찰과 그 경찰에 의해 역으로 쫓기는 범인이라는 ‘겉과 속이 다른 사건’이 있음이 드러난다. 

박무성이라는 검찰 스폰서의 죽음으로부터 뒤엉켜 버린 검찰 비리 숲의 실타래가 풀렸듯이,  <왓쳐> 1, 2회에 걸쳐 벌어진 손병길(정민성 분) 사건을 통해 경찰 비리라는 또 다른 거대한 경찰 비리 숲의 입구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왓쳐>는 <비밀의 숲>과 다른 뉘앙스의 드라마이다. <비밀의 숲>은 ‘개인적인 원한’ 없이 직업적인 정의만으로 사건에 뛰어든 두 사람, 황시목과 한여진을 통해 직업으로서의 정의, 그  원칙에 대한 '인간 보편'의 자세에 대해 논했다. <왓쳐> 역시 감찰반, 그리고 이제 손병길 사건 수사 덕에 열게 된 '비리 수사팀'을 이끌어갈 헌신적인 팀원들. 하지만 그 팀원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다. 

언뜻 서로 어울리지도 서로 믿지도 않는 세 사람. 하지만 이들은 과거 김영군 아버지의 살인 사건을 통해 풀어내지 못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것을 목격하게 된 김영군. 사람들이 도치광은 아버지를 잡아넣은 놈이라 하지만, 김영군에게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 그리고 어쩌면 자신도 죽일 뻔한 살인마이다. 그래서 손병길을 고문하는 형사를 보고 과거 자신의 경험에 휘말려 주저앉고 말 듯, 여전히 그는 그런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며 15년 전 그날의 어린 소년으로 돌아간다. 손병길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딸에게 범죄자, 살인자로 남지 말라며 설득한다. 

OCN 새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

15년 전 김영군의 아버지를 잡은 도치광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김영군의 아버지를 눈감아주면서, 또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오늘의 그가 동료들 눈총을 받으면서 집요하게 경찰 비리를 쫓는 건, 바로 그 비리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할 수 있다는 '정의감'에서이다. 

거기에 한태주가 개입한다. 아니, 감찰반에 불과했던 팀을 비리수사팀으로 확대 승격시켜준 장본인. 검사 시절 의욕적으로 개입했던 김영군 아버지의 사건 즈음에 납치당해 손가락을 잃을 뻔하며 고문을 당하며 생긴 그 '트라우마'의 실마리를 손병길 살해 현장에서 찾은 그녀는 아직도 그녀를 혼돈에 빠뜨리는 과거를 찾아 비리검사팀의 외부 고문을 자처한다. 

재벌의 아들을 유괴한 사건으로 만나게 된 '과거 악연'의 세 사람. 이제 그들은 자신들을 괴롭힌 과거로부터 길어 올려져, 현재 경찰 내부의 비리라는 깊은 뿌리를 가진 '거악'에 도전한다. <비밀의 숲>에서도 그랬지만, 서둘러 시선을 끄는 패를 내보이기보다는 포커페이스처럼 가지고 있는 패를 하나씩 내보이며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라는 듯,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왓쳐>. 다시 찾아온 이 여름의 무더위는 저 집요한 거악의 뿌리를 파헤쳐나가는 이야기의 서늘함으로 대신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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