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가 KBS <추적60분> 천안함편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자칫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피격'이라는 결론 자체가 오류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했다"며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경고란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로서,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2점 감점된다.

▲ 지난해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
5일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에 대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는 '공정성'과 관련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한다"(2항) "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3항)고 규정하고 있다.

객관성과 관련해서는 제14조에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뤄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케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총 9명의 방통심의위원 가운데 정부 여당이 추천한 6명의 위원 전원이 '법정제재'를 주장했으며, 야당이 추천한 나머지 위원들은 '문제없음'과 '의견제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 추천의 전용진 부위원장과 권혁부 위원(국회의장 추천)은 법정제재 최고 수위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방통심의위는 6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최종 보고서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혹 부풀리기'식으로 일관했다"며 "특히 일부는 화면을 의도적으로 편집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하여 시청자들에게 자칫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피격'이라는 결론 자체가 오류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했다"고 중징계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천안함 합동조사단의 '스크루' 관련 조사에 스웨덴 조사팀이 실제 참여했음에도 △마치 스웨덴 조사팀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합조단이 보고서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조작해 발표한 것처럼, △또한 이러한 잘못을 국방부가 인정한 것처럼 관련 인터뷰와 화면 등을 편집해 방송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조사 또는 추가검증과 관련하여, 국방부 측은 '진실 확인을 위한 진정성을 갖고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한다면 언제든 참여할 용의가 있다'라고 여러차례 언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도를 가진 재조사 요구에는 응할 용의가 없다'라는 내용만을 부각시켰다"며 "국방부 측이 마치 재조사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 위주로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조단이 발표한 폭발원점과 백령도 초병들이 목격한 지점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실제로는 초병 2인이 각각 진술한 지점에도 서로 큰 차이가 있고, 그 중 1인은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자 인터뷰와 부정확한 C.G.화면 등을 통해 마치 초병들의 진술은 일치되고 정확하며, 합조단이 발표한 폭발원점에는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방송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 등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에 대해서는 '폭발에 의한 입자' 또는 '침전물질' 여부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함에도, 동 프로그램에서는 '침전물질'이라는 제작진 측 전문가의 주장 위주로 방송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6일 오후,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경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천안함'이라는 대단히 민감한 이슈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방통심의위가 정치적 판결을 내린 것 같아 유감"이라며 "회사 입장을 지켜본 뒤에 (노조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다. 만약 회사가 방통심의위 결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자가당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본부장은 이어 "이번과 같은 외부의 심의결과를 근거로 해서, 회사가 향후 유사사례에서 제작진의 제작자율성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기자, PD들도 프로그램을 위해 취재할 때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전했다.

방통심의위 회의에서 '시청자 사과'까지 거론된 것과 관련해서는 "그럴만한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이나 판단과 관련해서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제작물들을 만들어서 좀더 나은 방향으로 정책이 수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널리즘의 역할 중 하나인데, (방송에서) 일방통행식 목소리만 나오도록 강요하는 게 아닌가"며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안건은 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직후 몇몇 시민들이 '전문가도 아닌 제작진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한 것 아니냐'라며 민원을 제기한 것에 따른 것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방송 직후, 국방부에서도 찾아와 <추적60분> 천안함편에 대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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