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TV속의 러브라인들이란 모두가 조작이고 설정입니다. 대개는 2주, 빨라야 1주일에 한번 촬영 때만 얼굴을 마주치는, 그것도 출연자는 물론이고 수많은 스텝들 앞에서 진행되는 촬영에서 잘나가는 선남선녀들이 묘한 감정을 키워간다는 것이 가능할 리 없거든요. 설혹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품게 된다 하더라도 그 진행은 어디까지나 다른 이들이 모르는 곳에서 별개로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네, 서로 잘 어울리니까 사귀라네, 또 누군가는 그 관계를 질투하네 식의 버라이어티 속의 관계 맺기란 모두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살짝 끼워 넣은 양념 같은 것들이에요.

강심장에서 툭하면 반복되는, 강심장의 왕자 이승기와 게스트로 출연한 여자 스타들 사이의 인연 맺기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2주에 한 번씩 그와 함께 로맨스, 혹은 이상형이라는 말로 엮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모르겠네요. 매번 대상은 다르고 관계 역시도 변했지만 언제나 이승기는 강심장 러브라인의 핵심이었고, 이야기를 뽑아내는 좋은 소재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정주리 역시로 또 다른 러브라인을 만들어내는 소재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승기와는 별개의 방식이죠. 그와 여자스타의 관계는 좀 더 야릇하고 긴가민가하는 선남선녀의 감정 만들기라면, 정주리의 그것은 난감한 상황을 만들고 남자 스타의 반응을 떠보는 웃음의 소재로 활용되거든요.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압도적인 호감덩어리인 이승기를 싫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새로운 관계 만들기는 누구누구도 역시 이승기를 좋아하더라 하는, 그래서 이 청년이 품고 있는 가치와 매력도를 상승시키는 도구가 되니까요. 스캔들이나 러브라인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여자 출연자들의 입장에서도 이승기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매력덩어리인 만큼 그저 강심장에 출연하는 이들이 의당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가볍게 넘길 수도 있구요. 모두에게 사랑받은 남자. 이승기의 활용도는 강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거든요.

게다가 이런 이승기와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낯선, 그래서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뽑아내거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그저 작품 홍보를 위해서 출연한 손님들이기 일쑤입니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이들 미녀 스타들이 준비해온 에피소드들의 몰입도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별다른 재미도 주지 못하죠. 이승기와의 러브라인은 이런 답답함을 해소시켜줄 좋은 돌파구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은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알아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짐짓 놀리거나 부러워하면서 이야기를 뽑아내거든요. 이승기와의 러브라인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설정이에요.

하지만 이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제 강심장에서도 조금은 아껴두어야 하는 조작 스캔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승기의 이미지 소모나 반복되는 역할의 식상함은 사실 문제는 아닙니다. 이 넉살좋고 똑똑한 청년은 이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적당한 선을 지키며 치고 빠질 타이밍을 습득한 지 오래입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처럼 보여도 강호동 역시도 그 수위를 조절하며 전체 분위기에 맞추어 사용할 줄을 아는 MC죠. 강심장에서 이승기를 중심으로 하는 러브라인이 계속 반복될 수 있는 것도 이 두 사람의 호흡과 역량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문제는 두 사람의 MC가 아닌 러브라인의 상대방. 출연하는 여자 스타들에게 있습니다. 이번 주 김아중은 물론이고 문채원이나 신민아 같은, 그동안 출연했던 이승기의 여자들의 공통점은 이놈의 러브라인에 얽매여 다른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그저 철저한 상대방으로만 소비되고 사라져버렸습니다. 모처럼의 예능 나들이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방식으로밖에는 활용되지 못하는 실망스러움. 그저 얄팍한 얼굴마담 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출연이 되풀이되기 때문이에요. 그날 출연분에서 이승기와의 러브라인이 연결된 여자 출연자가 있다면 그녀는 앞으로 별다른 활약이 없을 것이란 예고편과 다를 바가 없어요.

아무리 홍보를 위한 자리였다지만 어렵게 출연해서 한다는 것이 고작 유능한 MC들, 좋은 이미지의 청년에게 기대어 분량을 확보하는 것이라니. 한두 번의 반복이라면 그러겠거니, 게스트 배려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거니 하겠지만 매번 습관처럼 반복되다 보니 그 효과는 미미하고 재미나 흥미도 떨어질 뿐이에요. 아무리 조작이고 설정이라고 해도 러브라인의 생명력은 자연스러움, 그리고 혹시나 하고 바라보게 하는 설렘이거든요. 현재 강심장에서의 러브라인은 그런 미덕과는 거리가 먼,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자기들만의 시시덕거림이에요. 어차피 다 알고 있는 러브라인의 조작이나 설정의 여부보다 위험한, 재미없음과 식상함이 시작되고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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