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선정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병기 서울대 전자공학부 교수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캠프에 합류한 것과 관련해 종편심사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손학규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9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 ‘민주희망쇄신연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28일 성명을 내고 이병기 심사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손학규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희망쇄신연대’는 2008년 이병기 교수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위촉은 손학규 대표의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잘못된 인사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병기 교수의 철학과 전문성 부재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손학규 대표는 당시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잘못된 인사에 대해 국민과 당원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의 개인적 친분에 의한 것”

‘민주희망쇄신연대’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 장악 음모가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순간 이런 인사를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다”며 “결국 그 추천이 오늘의 종편 심사위원장 임명의 경로가 되었고, 무엇보다 민주당 추천인사가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 들어갔다는 것은 민주당 당원들의 자존심에 심대한 상처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통위원 선정 초기부터 17대 국회 문방위 소속 위원들과 시민사회에서는 손학규 대표와의 개인적인 친분에 의한 독선적 결정이라고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었다”며 “심지어 당시 언론노조에서는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의 트로이목마였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병기 전 상임위원은 민주당이 추천한 한나라당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YTN노조 파업, △IPTV법 시행령 제정 등 매사안마다 철저히 현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법 시행령에서 지상파방송과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에 대기업 진입규제 완화를 결정할 때 역시 “타임워너 같은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출현이 필요하다”는 등 한나라당을 옹호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모두 손학규 대표의 잘못된 인사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희망쇄신연대는 이병기 전 상임위원을 향해 “방통위에서 한나라당의 거수기로 검증되고 사실상 특정 후보의 대선캠프에 합류한 인사가 종편심사위원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또 다시 국민을 무시하는 도발”이라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손학규 대표, “당 추천위에서 추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당 추천위에서 추천한 인사였다”며 일축했다. 손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에서 “추천 당시 당 대표로서 공정하게 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했으며 개인적인 인연이나 친분은 없다”면서 “위원 재임시 처신으로 물의를 빚고 그가 종편심사위원장으로 임명되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국민과 당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데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방통위원을 추천할 통합민주당 추천심사위원회 구성은 많은 논란을 빚었던 게 사실이다. 당초 9인 심사추천위원 중 시민사회단체 몫의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대표와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이 돌연 빠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손학규 대표가 김학천 교수를 심사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결정하고 이미 정해졌던 위원 대신 자기 사람을 심었다고 비판했다. 그런 이유로 선임된 이병기 위원은 ‘손학규 대표의 라인’, ‘손학규의 작품’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당시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수렴해서 구성된 추천위원회 첫 회의를 열려고 했던 전날 밤 손학규 대표 측으로부터 해산하고 다른 기구를 만들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새롭게 구성된 추천위 위원장에 김학천 교수가 선임되고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포함되는 등 손학규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구성됐다”며 “그곳으로부터 추천된 사람이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라고 말했다. “이미 짜놓고 한 고스톱이었다”며 “이미 내정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려했던 대로 이병기 전 상임위원은 미디어법 후속 작업인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서 시민단체를 비롯한 야권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면서 “종편이라는 정권 시혜적 방송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과 기타 여러 가지 언론계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실책은 당시 잘못된 야당 추천 방통위원 선임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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