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었나보다. 전작 아이리스와 달리 연기력 논란을 일으킬 일 없는 탄탄한 배우들 덕분에 흠잡기보다는 잘 감상하는 일만 남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연출)에게 있었다. 애초에 대테러요원이 주요 보호대상인 대통령의 딸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무리 가상의 기구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보고 받는 최고의 정보기관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윤혜인(수애)는 NTS 내 기밀문서를 빼내려다가 기관 내 보안요원에게 발각된다. 그 순간은 슬기롭게 모면했으나 결국 그 요원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윤혜인이 접근했던 파일이 김명국 박사와 관련된 것으로 자연 정체가 들통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인해 혜인은 NTS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손혁(차승원)이 증거를 조작해서 혐의를 풀기는 했지만 NTS 권용관(유동근) 국장의 의심을 받게 된다.

사실 NTS에서의 살인사건 그것도 기밀 파일을 빼내간 사건 자체가 무리가 있는 설정이었지만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서라면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는 있다. 문제는 잘 했어야 했다. 그래도 손혁이 증거조작을 통해 혜인의 혐의를 풀어주는 것은 개연성을 가졌고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권용관 국장은 NTS 내의 보안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정우(정우성)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긴다.

세상은 물론 NTS 요원 전부를 속이는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우성은 동료들도 모르게 김명국 박사의 안가를 폭파한다. 그러자 손혁은 이 사건이 NTS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짐작한다. 자연히 혜인을 통해 그 진위 여부를 캐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혜인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스파이용품을 개발하는 오윤아에게 접근한다. 그러자 오윤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를 술술 풀어낸다.

역시나 이 지점이 아테나가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허술함의 연속이었다. NTS 내 직원이라면 현장요원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철저한 보안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준수 서약을 할 것이다. 이런 정도는 이미 미드에 익숙한 시청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식에 속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술 몇 잔에 가뜩이나 살인 사건 혐의를 받았던 혜인에게 김명국 폭파사건이 거짓이라는 극비 사항을 술술 털어놓는다는 것은 대단한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아니 그 전에 국장과 극소수만 알고 있는 최고급 정보에 대해서 연구실 실장이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전제이다. 연구실의 보안등급으로 국장의 초특급 작전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물론 드라마 자체가 허구이니 연구실의 보안등급이 가장 높다고 인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보안등급이 높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직위를 말해주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가진 보안 유지 수준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윤아는 동사무소 직원이라도 발설하지 않을 극비 사항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결국 어떤 설정이건 오윤아의 비밀 누설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개연성 없는 상황이 아테나의 아주 많은 노력과 성과들을 한숨에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아테나의 헛발질이 계속된다면 아이리스의 성과를 뛰어넘기는커녕 역전의 여왕에게도 역전을 당하고 말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몇 가지의 허술함 때문에 명작에 대한 기대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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