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고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가 방송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는 에세이 ‘가장 보통의 드라마’를 출간한다. 에세이는 한국 드라마 노동의 현실과 개선을 위한 방안 등 담고 있다. 에세이 수익 일부는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사용될 예정이다.

고 이한빛 PD는 노량진 공시생들의 애환을 그려낸 드라마 tvN <혼술남녀> 마지막 화가 방영된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한빛 PD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내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한솔 이사는 형의 죽음 이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만들고 방송 스태프의 노동 환경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보통의 드라마’는 방송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에세이다. 이한솔 이사는 촬영·조명·음향·미술팀 등 실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의 제보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삶과 애환을 조명했다, 또 올바른 드라마 제작 현장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한솔 이사는 “외주제작이 활성화되고 제작비 후려치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드라마 산업 구조에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피라미드형 도급 구조가 일반화되었다는 점”이라면서 “피라미드형 도급 구조는 보통 건설업계에서 익숙한 풍경으로 알려져 있는데, 드라마 제작도 유사한 구조를 보이게 되었다”고 했다.

이한솔 이사는 “방송국이 제작사를 통해 도급 구조를 만들고 제작사는 조명팀, 동시녹음팀, 장비(그립)팀 등의 개별 팀과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피라미드형 구조를 공고화한다”면서 “지극히 평범한 말단 조연출의 죽음은 현장의 종사자들과 시민들에게 강력한 자극과 일체감을 주었다. 지금의 시기에 드라마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빛 PD의 경험을 본인의 경험에 대입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식 MBC PD는 추천의 글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랑을 응원하는 선량한 시청자들이, 드라마 제작 현장의 노동 환경도 살피고 제작 여건 개선을 위해 연대하는 날,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과 즐기는 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는 멋진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책은 한 젊은 PD의 죽음에서 시작된 아픈 변화가 어떻게 우리를 좀 더 정의로운 사회로 이끌어 가는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가장 보통의 드라마’의 출판사는 필로소픽이며 14일 출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