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참여정부 시절 자신을 찾아와 "나를 밀어달라. 확실히 (방송사를) 장악해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겠다"는 말을 한 방송사 사장 후보가 '현재 방송 분야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는 MB최측근 실세'임을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22일 저녁 자신의 홈페이지 양정철 닷컴(http://www.yangjungchul.com/)에 실은 <청와대는 방송의 '쪼인트'를 이렇게 깠다>에서 2006년 모 방송사 사장 선임을 앞둔 시기에, 한나라당과 연관성이 깊고 해당 방송사 출신인 한 후보가 자신을 찾아와 "나는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다. 나를 밀어달라"며 "임기 말인데 (방송장악이) 중요한 문제 아니냐. 거기엔 내가 적격"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양 전 비서관이 언급한 '2006년'은 KBS 사장 선임을 앞둔 시기로서, 당시 정연주 사장은 9월말 임기를 끝낸 뒤 다시 사장 공모에 응시해 같은 해 11월 24일부터 연임했었다.
당시 사장 최종후보군에 오른 정연주씨(당시 직책 기준·전 KBS 사장), 김인규씨(전 KBS 이사), 김학천씨(건국대 교수) 등 3명 가운데 양 전 비서관이 언급한 대로 'KBS 출신'이고 '한나라당과 연관성이 깊은' 사람은 공채 1기 출신의 김인규 현 KBS 사장밖에 없는 상황이다. KBS 내부에서도 양 전 비서관에게 '충성맹세'를 한 인사가 '김인규 사장'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양 전 비서관은 24일 <뷰스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06년에는 KBS 사장 인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여러 방송사에서 인사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방송3사 가운데 2006년에 사장 인사가 있었던 곳은 KBS가 유일하다.
2006년 당시 MBC에서는 최문순 현 민주당 의원이 사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며, 최 의원이 사장을 그만둔 시기는 2008년 2월이기 때문이다. SBS의 경우에도, 2006년에는 안국정씨가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SBS이사회가 하금열씨를 후임 사장으로 선임한 시기는 2007년 3월초다. 그리고 SBS의 경우, 사기업이기 때문에 사장 선임에 있어서 후보를 별도로 받지 않고 이사회가 사장 인사를 단행하는 구조다.
양 전 비서관은 28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충성맹세한 인사가) 현직 방송사 사장인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 "그때 방송사 사장직을 노렸고, 해당 방송사 출신이다. 하여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이고 중요한 요직에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는 것으로 양해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진 "그쪽 분야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군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예"라고 답해, '충성맹세' 인사가 현재 방송 분야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는 MB 최측근 실세임을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혹시 당사자나 그 주변 인사로부터 항의 같은 건 안 받으셨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항의는 전혀 없었다"며 "다만 제가 추가로 어떻게 할지 주변 사람을 통해서 계속 알아보고 있는 것은 제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분은 지금 현재 요직에 있고, 저와 그분 사이의 중간에 여러 매개로 있는 지인들이 많이 있어서 저도 그분 종적이나 제가 한 글에 대한 반응 등은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그분이 누군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가 스스로 먼저 나서서 '내 얘기를 왜 끄집어 내느냐? 취소해 달라. 나 좀 봐달라'고 나서기는 좀 어려울 것"이라며 "상황을 봐가면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