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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구현한 수직의 세계장르가 봉준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대중 친화적 재미도 갖춰
장영 기자 | 승인 2019.06.05 12:06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영화 <기생충>은 많은 함의들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 아니 전 세계의 뿌리 깊은 고민인 극심한 빈부격차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는 것을 보면 봉준호 감독은 역시 대단한 존재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은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웠다. 예술적 가치를 그 무엇보다 높게 평가하는 칸 영화제는 더욱 대중성과 괴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기생충>이 대중 친화적인 재미를 품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기택(송강호)의 가족 넷은 모두 백수다. IT기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박 사장(이선균) 가족 넷은 풍족한 삶을 영위한다. 극단적인 두 가족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마치 필연처럼 함께하게 된 상황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의 집중, 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는 상황은 결국 모든 것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모든 문제가 불거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곧 시작점이라는 의미다.

모든 사건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장수생으로 살아가는 기택의 큰아들 기우(최우식)에게 한 친구 민혁(박서준)의 제안, 민혁이 소개한 박 사장 집 과외 아르바이트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만들었다. 대학도 가지 못한 기우는 동생 기정(박소담)에게 부탁해 완벽한 학력 위조에 나선다. 미대에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고 백수로 살아가는 기정은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박 사장의 심플한 아내 연교(조여정)의 감시하에 첫 수업을 한 기우는 박 사장 딸 다혜(현승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박 사장 집을 움직이는 진짜 실력자는 집사인 국문광(이정은)이었다. 유명 건축가의 집이었던 그때부터 시작한 집사일을 박 사장이 이사 온 후에도 이어받아 해오고 있다. 그 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광은 박 사장 집의 질서와 규칙을 정하고 이끄는 존재이기도 했다.

기우를 시작으로 기택의 가족 모두가 그 집 입성에 성공한다. 박 사장의 집을 장악한 기택 가족. 그렇게 영화는 완벽한 기택 가족의 승리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이어진 기태와 아내인 충숙(장혜진)의 대화는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기생충>은 수직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작과 함께 보여지는 기택의 집은 반지하다. 복잡한 전선이 얽히고설킨 그들이 사는 동네와 걸어서 오르기는 너무 힘든 박 사장의 동네. 

마치 감옥처럼 철장이 쳐진 반지하 방에서 곱등이와 살며 윗집의 와이파이를 찾기 위해 방 곳곳을 찾아다니는 그들의 일상은 낯설지 않다. 취객의 화장실이 되기도 하는 반지하에 살던 그들이 박 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거대한 통창을 통해 잘 꾸며진 정원을 바라보는 장면은 극단적인 대비 효과를 불러온다. 그리고 박 사장 가족도 알지 못하는 거대한 비밀의 문은 그렇게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정도의 강렬함으로 극 후반부를 뒤덮어 버린다.

폭우가 내리던 날 박 사장 막내아들인 다송은 잘 꾸며진 정원에 인디언 텐트를 치고 즐긴다. 박 사장 집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는 그저 우아함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집을 벗어나 밑으로 내려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공개해도 큰 무리가 없는 장면이면서도 압도적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낸 장면은 바로 폭우 장면이었다. 힘겹게 박 사장 집을 나선 기택과 기우, 기정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언덕 위 박 사장 집을 시작으로 반지하인 기택의 집까지 이어지는 그 과정은 오직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위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계단들의 향연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한 장면이었다. 

영화 <기생충>은 사회학도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 그 자체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끼리 악다구니 부리듯 살아가고, 모든 것을 가진 자들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를 피해 가지 않고 있다. 적당한 거리감과 선을 강조하는 박 사장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다. 

승자독식 사회, 탐욕의 시대,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폭력이란 무엇인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불안 증폭 사회, 좀비 사회학 속 사회 진단을 공감의 시대 방식으로 풀어내면 <기생충>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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