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다사다난이란 말이 누구보다 어울릴 사람, 바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아닐까 싶다. 최문순 의원은 2010년을 ‘거리’에서 시작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언론관련법)이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처리된 다음날 최문순 의원은 “언론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의원직을 내던지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서 2010년을 맞은 최문순 의원. 그러나 거리에만 있을 수도 없었다. 천정배·장세환 의원과 함께한 거리투쟁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원내에서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실제 이명박 정부 2년차였던 2009년 국감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힘이 빠졌고, 야당의 열세가 확연히 드러났다. 최문순 의원은 1월 초 다시 원내로 복귀한다.

▲ 지난 12월 21일 의원실에서 만난 최문순 민주당 의원ⓒ권순택
“종편추진에 무기력했던 것에 반성한다”

“원내로 복귀해서도 꾸준히 미디어법 무효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어야 하는데 3월 26일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진실규명에 매달리게 됐고,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잘 지키지 못했다. 또 연평도 포격사건과 4대강 문제가 시기적으로 겹치고 2011년 정부 예산안이 날치기 되는 과정에서 여당과 충돌했고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는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안들에) 휩쓸려 끌려 다녔다”

지난 21일 의원실에서 만난 최문순 의원은 2010년을 “휩쓸려 끌려 다닌 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뭘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언론악법이 날치기 된 후 종편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무기력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최문순 의원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던 부분은 “권력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계가 무너졌다”는 말을 꺼내면서부터였다. 실제 언론인 출신으로서 현재 각 매체들의 보도를 보는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그는 “천안함 문제가 점점 더 커져서 연평도 사태로 이어지고 남북 서로 간 전쟁직전까지 발전되고 있는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언론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것을 넘어 본격적으로 왜곡보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예산안을 날치기 하던 날 야당이 폭력을 행사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처럼 사태를 뒤바꾸어 보도했다. 이는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소극적 단계를 지나 적극적으로 왜곡보도를 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왜곡보도에 가장 앞장 선 것이 KBS와 연합뉴스이고 나머지가 따라가고 있다. 정치상황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87년 이전 상태로 회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0년은 최문순 의원이 몸을 담았던 MBC에 가장 큰 시련이 닥친 때이기도 하다. 39일간의 파업과 이근행 위원장의 해고, 그리고 무수한 조합원들이 기소됐다.

“안타깝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쪼인트 발언 등으로 이미 진실이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저항했던 위원장과 집행부들이 해고당하고 기소당해서 재판을 받으러 다닌다고 하더라. 부당한 처사다.”

최문순 의원은 현 MBC의 보도에 대해서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KBS는 이미 본격적으로 왜곡보도를 하는 상황으로 진입했고, MBC는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갔으나 머지않아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늘 그러했듯 MBC 구성원들이 잘 지켜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MBC 출신이라는 점이 힘이 되기도 하지만 의정활동에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고 최문순 의원은 말했다. .

“MBC 출신이 꼬리표가 되어서 KBS에 가면 MBC 사람이 왜 왔느냐는 야유를 받기도 한다. KBS 김인규 사장을 공격하면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라 MBC 출신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불편할 때가 있었다”

실제 최문순 의원은 국감 기간 김인규 KBS 사장을 상대로 수천만 원대의 호화 집기 구입 등에 대한 질의를 진행한 날, 한 KBS 현직 기자가 “X만한 새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종편 개수는 청와대 의중에 달려”

▲ 최문순 의원이 테이블에 놓인 조중동의 연평도 사격훈련 관련 기사를 보고 한숨을 짓고 있다ⓒ권순택
2010년 언론계 지변을 흔든 사건은 ‘종합편성채널’의 도입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태광그룹> 등이 종편 사업을 신청한 가운데 방통위는 오는 30일 오후 4시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종편도입으로 인해 광고시장 등 미디어시장에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문순 의원은 “KBS는 수신료를 얻기 위해 결과적으로 정부에 잘 보여야하는 상황이 됐고, MBC와 SBS도 직접적으로 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기 때문에 중간광고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이명박 정부의 경쟁주의, 시장주의에 지상파가 끌려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렇듯 현재 대다수의 언론들이 ‘논조’ 자체를 제대로 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처음부터 끌려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겨레와 경향 정도만 제외하고 어리석게 휩쓸려 특정사라고 할 것 없이 저널리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최문순 의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6개의 종편이 선정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유는 ‘청와대의 의중’이라고 정리했다.

“처음부터 언론악법은 청와대 밀실에서 만들어져 낙하산으로 들어온 법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청와대는 원하는 사업자에게는 다 준다는 입장이었고 지금까지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

“방통위 실무진들은 시장 상황을 보면 1개밖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개진해서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에 일관되게 다 준다는 입장이다. 그 경우 결격사유로 인해 <태광그룹>을 뺄 수도, <한국경제>가 빠질 수도 있지만 이분들의 철학이 경쟁주의이기 때문에 5~6개가 선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중 절대 방송에 진출하면 안되는 신문사가 있냐라는 질문에 최문순 의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고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방송은 공적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성, 공정성 등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돼 왔다”며 “그런데 조중동은 어느 곳보다 선명한 정치적 색을 띄고 있다. 조중동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태광은 이미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로비의혹을 받고 있어서 안 되고, 그렇다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괜찮냐? 그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문순 의원은 “하나도 안 내주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종편 도입 협상과정에서 1개의 컨소시엄을 제안했었다. 조중동을 비롯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이 포함된 1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이었다. 각각 추진하고 있으니 문제다. 종편 진출 신청 법인 내부에서도 큰 걱정이 있다고 들었다. 사업성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지만 헛된 경쟁심 때문에 끌려들어간 것이다. 도박과 같은 심리 상태다. 결과적으로 다 살아남을 수가 없다. 빠르면 2~3년, 길어봐야 5~6년 되면 자본잠식 상태가 되어서 통폐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일 수밖에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만 아냐.”

2011년 고달픈 의정생활은 계속된다

최문순 의원에게 2011년은 어떤 해가 될까?

“미디어렙 법을 만들어 종편도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틀림없이 종편은 자체제작을 해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싸구려 외국 프로그램을 사들여 방송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광고를 붙여 운영할 텐데 규제의 틀을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법률작업을 미리미리 해야 하지 않겠냐”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법안이 있느냐’는 물음에 “법안 자체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에 비해 형편없이 수가 부족하고 철학이 달라서 내봐야 소용이 없다”며 “괜히 일만하는 것이다. 만든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타협을 해야 하는데 타협은 하기 싫다”고 답했다.

‘타협하기 싫다’던 최문순 의원에게 ‘적이 많다’는 이야기를 던져보았다. 최문순 의원은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본인들이 잘하시면 되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보좌진들에게 “고생이 많다. 팔자다. 어쩌겠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타협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때보다 힘든 2009년, 2010년을 지내온 최문순 의원, 앞으로 다가올 2011년 역시 고달픈 1년이라고 예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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