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참여정부 시절 한 방송사 사장 후보가 자신을 찾아와 "나를 밀어달라. 확실히 (방송사를) 장악해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폭로해,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22일 저녁 자신의 홈페이지 양정철 닷컴(http://www.yangjungchul.com/)에 실은 <청와대는 방송의 '쪼인트'를 이렇게 깠다>에서 "2006년 어느날 풍경이 떠오른다. 모 방송사 사장 선임을 앞둔 시기에, 한 사장 후보가 저를 만나자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 KBS노동조합의 김인규 출근저지투쟁 첫날인 2009년 11월24일 오전 9시47분경, KBS본관 앞에 도착한 김인규 사장의 모습. ⓒ곽상아
이어 "해당 방송사 출신이지만 한나라당과 연관성이 깊고, 누가 봐도 아주 보수적 성향의 인사였다. 피하기 힘든 경로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만났을 때 그가 던진 말은 충격이었다"며 그 후보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사장이 방송을 장악 못해 비판적 보도가 많다. 확실히 장악해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 임기 말인데 (방송장악이) 중요한 문제 아니냐. 거기엔 내가 적격이다. 특히 노조 하나는 확실히 장악해서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그럴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를 밀어달라. 난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다. 믿고 도와달라."

양 전 비서관은 "사실상의 충성맹세이자 은밀한 다짐을 한 것"이라며 "'사장선임 결정권을 가진 분들은 이사회 이사들이니 그분들 만나 (선거운동) 잘해 보시라'고 돌려보냈지만, 씁쓸했다. 방송에 대한 시각이 섬뜩했다"고 전했다.

또, "그분이 이 정권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고, 그분의 명예가 있으니 누구인지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글에는 직접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으나, 당시 양 전 비서관을 찾아간 사장 후보가 김인규 현 KBS 사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 전 비서관이 언급한 2006년은 KBS 사장 선임을 앞둔 시기로서 정연주 사장 연임 문제를 놓고 언론계가 한창 시끄러웠을 때다.

당시 사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정연주씨(당시 직책 기준·전 KBS 사장), 김인규씨(전 KBS 이사), 김학천씨(건국대 교수) 등 3명 가운데 KBS 출신이자 한나라당과 연관성이 깊은 사람은 공채 1기 출신의 김인규씨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KBS 내부에서도 양 전 비서관에게 '충성맹세'를 한 인사가 '김인규 사장'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2006년 당시 KBS에서 요직을 담당했던 한 KBS 관계자 역시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연주 사장이 2006년 9월말에 임기를 끝내고, 같은해 11월 24일부터 다시 임기를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유력한 사장 후보였던 김인규씨가 나를 찾아왔던 적이 있다"며 "양 전 비서관의 글을 보고 바로 김인규씨 이야기인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 KBS 건물 근처에 있는 금산빌딩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내가 KBS 사장이 돼야 수신료도 올릴 수 있다. 나는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다. 민주당도 나를 밀어주기로 했다'라는 말을 했다"며 "원래 그런 인물이었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양 전 비서관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인규 사장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당시 그 사람은 사장 자리를 위해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을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아직 그 글을 보지 못했다. 그 사람(양 전 비서관)의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입장을 밝혀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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