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며 이른바 '한국형 복지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견제구'를 계속 날리고 있다. '복지 의제'에서 강점을 보여왔던 진보정당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주장이 정치권에서 입지를 확보해가고 있단 반증이기도 하다.

▲ 박근혜 의원이 복지 공약을 발표했던 지난 20일'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 공청회'. 이날 공청회는 한나라당 의원 70여명이 찾아 대성황을 이뤘다.ⓒ연합뉴스
관련하여, MBC 라디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를 인터뷰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정치적 입지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는 '차세대'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는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기도 하다.

심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복지 공약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까지도 복지의제에 동참했다"고 평가하며, 그것은 "그만큼 우리 대한민국은 어느 정치인도 국민들의 복지염원을 외면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성장론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복지를 강조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로 평가하며, "실제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가 상호 생산적인 경쟁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내용으로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박 전 대표가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야기한 "복지누수"와 관련해서, 심 전 대표는 "당연히 복지누수를 막아야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복지현실이 과연 복지누수가 핵심과제냐"는 점에서는 "견해가 다르다"고 밝혔다. 복지에 관한 박 전 대표의 핵심적 문제의식이 "누수방지라면 우리나라 복지의 맞춤처방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덧붙여 심 전 대표는 "소득보장 중심의 사회복지를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보장으로 확대해서 '생활보장'이라고 이름 붙인 박 전 대표의 복지 구상이 과거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이 OECD 최저수준인 우리의 복지 상황을 두고 '복지병' 걱정을 했던 것의 연장된 문제의식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지금 현재 진행 중인 복지의 방향과 관련한 논란에서 핵심논점을 피해 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심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선택적 복지냐 아니면 보편적 복지냐'의 대립에서 문제는 "모든 어린이에게 급식을 제공할 것이냐 아니면 일부에게만 제공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박 전 대표의 경우 "모든 어린이에게도 제공하고 일부에게도 제공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 전 대표는 "대통령을 염두에 두신 정치인이시라면 박 전 대표도 보편복지인지 또는 선택복지인지 자신의 노선을 분명하게 정하고 국민들이 책임 있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다시피 복지는 재정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예산안 날치기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줄푸세'는 부자 감세의 원조격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박 전 대표가 발표한 복지 공약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향해 있는 비판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시원하게 답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박 전 대표는 언제나 '핵심을 비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수첩 공주'의 오명을 벗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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