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지난 11월 개편에서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를 밤 9시에 8시로 이동한 지 한 달 반,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약 20%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지금 약 8~9%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KBS <뉴스9> 시청률에 비해 절반 수준이며, SBS <8뉴스>에 비해도 근소하게나마 낮은 수준이다. ‘시청률’에 목말라하던 MBC경영진으로서는 겸연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낮은 시청률을 문제 삼아 개편을 추진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기사가 없어’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앞서 지난9월 개편을 추진하면서 “책임은 제가 질 것이고, 실패한다면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김재철 사장은 정작 개편 이후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22일 특보를 통해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을 비롯한 졸속 개편에 따른 후폭풍을 설명하며, 무리하게 개편을 추진한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시청률 명분으로 뉴스의 본질마저 흔드나?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실제로 최근 보도국에선 시청률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흥미 위주의 선정적 기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인 편집회의에서조차 ‘주말 뉴스는 의미 보다는 시청률이 우선’이라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간다는 것.

노조는 이에 대해 “실패한 ‘시간 이동’의 책임을 기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는, 기사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이동’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라며 “그런 점에서 <뉴스데스크> 시간 이동보다 더 심각하고 본질적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심층, 고발 뉴스 강화는 어디로?

개편에 앞서 <후플러스> 폐지 등으로 보도 프로그램의 심층, 고발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자 MBC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통해 심층, 고발 관련 뉴스를 집중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주말뉴스부에는 10년차 안팎의 중견 기자들이 배치됐다. 이후 ‘내성천에 영주댐 건설…대형댐 꼭 필요할까’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디가우저가 했다’ 보도 등 기존 뉴스와 다른 심층적인 보도가 잇달아 나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심층 기획 보도는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경영진의 ‘순진한’ 예상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심층 기획 보도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며 “‘그림도 안 되고, 재미도 없다’는 이유에서”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또 “대신 그 자리엔 사건 사고성 기사나 동물 관련 기사 등 좀 더 자극적이고, 그림이 되는 아이템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보도국 간부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사건사고를 전진 배치하고, ‘그림 되고 재미있는’ 아이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보다 흥미성 기사가 더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는 건 그저 ‘믿음’에 불과하다”며 “지금 이 시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언론인으로서의 정도를 벗어나 길을 잃고 헤맨다면, 우리의 말에 그 누가 귀를 기울이겠냐”고 반문했다.

MBC노조는 경영진을 향해 “이제 와서 다시 9시로 되돌리라는 요구를 내걸지는 않겠다”면서도 “대신 시청률과 흥미성 보도 사이의 허약한 고리에 매달려 뉴스 전체의 틀을, MBC 뉴스의 힘을 고갈시키는 짓은 이제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 김재철 MBC 사장(왼쪽)과 이근행 노조위원장(오른쪽) ⓒMBC노조
<여우의 집사> 폐지, 이게 공영성 포기한 대가?

<후플러스> 후속으로 방송됐던 예능 프로그램 <여우의 집사>가 신설 한 달 만에 폐지가 결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우의 집사>는 첫 회 시청률 6.3%를 기록한 뒤, 결국 평균 시청률 4.6%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폐지가 결정됐다.

MBC노조는 이에 대해 “‘시청률부터 올리고 난 뒤에 공영성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후플러스>를 버린 결과치고는 참혹하다”며 “더욱이 폐지 전, <후플러스>의 올 해 2분기 평균 시청률이 6%였던 점을 감안하면 도대체 공영성을 포기한 대가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노조는 또 “시사 보도 프로그램들을 오락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면 당장이라도 경쟁력이 강화될 듯 호들갑을 떨던 경영진은 면밀한 검토와 철저한 준비도 없이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과 사장의 ‘오더’성 프로그램을 제작진에게 떠안기며 조속한 성과를 강요했고, 급기야 두 달도 안 돼 프로그램에 대한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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