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진주·창원MBC 합병을 추진한 데 이어, 강릉·삼척MBC 등에 대한 합병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장기적으로 폭넓게 논의하고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강릉·삼척 등 합병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MBC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MBC내부에서는 MBC가 내년 1월, 강릉 삼척MBC에 대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각에서는 MBC가 강릉, 삼척 뿐 아니라 원주, 춘천 등 강원 권역 4개 지역MBC에 대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밖에 충청 권역의 청주·충주MBC, 전라도 권역의 광주·목포, 경북 권역의 대구·안동도 합병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 서울 여의도 MBC사옥 ⓒ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강릉·삼척지부에 따르면, 실제 지난 16일과 17일 서울MBC 기획조정실 산하 광역화추진TF 팀장은 강원 권역의 강릉, 삼척MBC 등에 들러 지역사 사장들에게 “강릉과 삼척의 합병작업이 내년 1월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MBC는 강릉· 삼척MBC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이와 관련해, 한 MBC 관계자는 “기획서에는 구체적인 합병 대상을 언급하지 않은 채 ‘내년 초, 합병 대상을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합병 대상이 어디인지 관계자들이 일체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을 바라보는 MBC내부의 곱지 않은 시선, 연임 성과 쌓기용?

현재, 진주·창원 MBC 합병에 이은 또 다른 지역MBC에 대한 합병을 추진하는 MBC의 행보를 보는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진주·창원MBC 합병 추진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MBC가 진주·창원MBC 합병 문제를 매듭짓기도 전에 다시 무리하게 지역MBC에 대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MBC는 진주MBC와 창원MBC의 합병을 승인한 뒤, 지난 9월2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3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통위는 합병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MBC가 제출한 일부 서류에 대한 보완을 지시해 MBC가 대책회의를 하는 등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현재 검토 중인 단계”라며 “진주·창원MBC의 합병과 관련한 승인 기한은 내년 1월7일로, 그 때까지 승인 기한 연장 여부와 심사위원회 구성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MBC가 진주·창원MBC 합병에 대한 방통위의 승인도 나기 전에 다른 지역MBC에 대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MBC내부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2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둘러 성과를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한 지역MBC 관계자는 “내년 2월, 김재철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연임의 성과, 명분을 얻기 위해 다른 지역MBC에 대한 합병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정성 찾아볼 수 없는 연임 위한 홍보용 전술”

▲ 김재철 MBC 사장 ⓒMBC
실제 합병 대상이 된 지역MBC 구성원들은 ‘의견 수렴 없는 강제 통합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미 진주·창원MBC 합병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던 터라, 반발은 더욱 거세다.

김현수 강릉MBC노조 지부장은 “(언론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인해 광역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며 “(광역화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MBC가 갖는 공공재로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역화에 대한 논의를 먼저 진행한다면 대화를 거부할 생각이 없다. 그 안에서 광역화 필요성이 인정되면 추진하는 것이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되면 반대가 될 것”이라며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인데, 사원설명회, 공청회 등 아무런 설명 없이 다음 달 강릉·삼척에 대한 합병을 진행한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릉·삼척MBC노조도 20일 성명을 통해 “실체 없는 위기설을 확대 재생산하며 구성원과 지역민에 대한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강릉·삼척MBC의 합병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위에 대해 우리는 단 1%의 진실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강릉·삼척MBC를 위협하는 작금의 위기 요소는 다름 아닌 ‘100% 지분 소유라는 대주주의 권한으로 주총을 열고 양사의 합병을 밀어붙이면 그만이라는 비공영적, 비지역적, 비MBC적 사고방식’”이라며 “‘구성원과 지역민의 의견 수렴 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강제 합병’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MBC노조도 21일 성명을 통해 “도저히 진정성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김재철 사장의 도발적 행보는, 그 자신 그토록 바라는 연임을 위한 치적 홍보용 전술이라는 사실을 온 천하가 알고 있는데도 정말이지 뻔뻔하고 기만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조는 또 “MBC가 공영화의 길을 가면서 자본과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면, 대주주 서울MBC의 존재는 그 가치를 인정, 존중받아야 할 것이지만 통폐합이 선언된 지역은 지역민들이 나서서 ‘지역MBC를 지키자’ 외치고 있다”며 “경영진은 방송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통폐합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론을 호도하고, 구성원들을 찍어 누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MBC는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숙 MBC홍보국장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광역화 추진단에서 장기적으로 폭넓게 여러 가능성을 포함해 광역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사실인데 구체적인 대상을 정해놓은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년 1월 합병 추진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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