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사옥 ⓒ 미디어스
KBS에 '징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7월 총파업에 참가한 KBS 새 노조 조합원 총 60명을 대상으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KBS의 G20 보도에 비판적인 글을 외부 언론에 기고한 직원에 대해서도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진 울산KBS 기자(전 탐사보도팀장)은 지난달 11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로 인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사규상 KBS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22일 인사위가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기자는 당시 글에서 KBS가 G20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한 것과 관련해 "김인규 사장을 필두로 한 KBS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KBS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 G20 같은 정례 행사에 수천 분을 편성해 정권 홍보를 자행하면서도 공영방송 운운하는 것은 인지부조화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것까지 징계하나?"

김용진 KBS 기자(전 탐사보도팀장)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KBS가 특정 이슈에서 정부 홍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내부에서도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대목인데, 이런 것까지 징계를 하겠다는 상당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글을 기고한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혹시 이번 글로 내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고 묻길래 '이 정도를 가지고 불이익을 줄 만큼 KBS가 망가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기고한 지 한달 지나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생각하는 것보다 KBS가 상당히 경직돼 있음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9년 초에 양승동 PD, 김현석 기자 등이 중징계를 받았을 당시에도 외부 기고에서 인사의 부당함을 비판했었다. 여러차례 외부기고를 했었는데 이번처럼 인사위에 회부된 적은 처음"이라며 "이번 기고가 특별히 비판의 강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징계의 기준은 뭔가?"

KBS가 직원들의 '쓴소리'에 '징계'로 화답하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KBS는 사내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직원에 대해서도 '손'을 보고 있다.

정찬필 KBS PD는 지난 8월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추적60분 제작진의 '조현오 막말동영상 불방 사태 관련 성명서'에 '댓글'을 달았다가 인사위에 회부돼 최근 '견책' 조치를 받았다.

당시 정찬필 PD는 "(기자.PD) 협업 한답시고 설레발 치고, 문제의 이화섭씨를 국장에 앉힐 때부터 김 특보의 의도는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것 아니냐"는 내용의 세줄짜리 댓글을 달았었다.

이에 대해 정 PD는 "지금 게시판내에서도 회사 정책이나 사장을 비판하는 거친 표현들이 종종 나오는데, 유난히 이 댓글을 문제삼았다"며 "이 정도가 징계의 대상이 된다면 아무나 징계할 수 있다. 징계의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강명욱 강릉KBS PD 역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KBS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초청 토론'을 개최하려 했으나 '오세훈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토론이 한차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사내게시판에 간부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견책' 조치를 받았다.

강 PD에 따르면,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시키고, 직장 질서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 징계 사유다.

"언론사 KBS, 언론 자유 스스로 부정"

한편, KBS는 6.2 지방선거 당시 트위터에서 "오세훈 심판" 등의 멘션을 남긴 황보영근 KBS 김제송신소 직원을 검찰에 직접 고발한 데 이어 내부 징계 절차도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보씨가 당시 트위터에서 "1번 전쟁, 2번 평화" "무개념의 오세훈을 심판합시다"고 밝힌 것은 사규 가운데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KBS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오손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사측이 너무나 무모하고 어이없는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 내외부의 비판에 대해 응답을 하거나 논쟁을 하기 보다는 아예 봉쇄해서 씨를 말려버리려고 한다"며 "언론사 간판을 내건 KBS가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보영근씨와 관련해서도 "트위터 선거운동은 처벌의 전례가 없는데 회사가 먼저 나서서 검찰에 고발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취업규칙에서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선거와 관련된 내용의 멘션을 몇번 보낸 게 과연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회사의 잣대로 보자면 지금 트위터 하는 직원들도 다 문제된다"며 "결국에는 해당 직원을 손보겠다는 경영진의 나쁜 의도가 들어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황보영근씨는 2009년 8월 다음 아고라에서 '수신료 거부운동'을 언급한 댓글을 올려 '성실·품위 유지 위반'을 이유로 3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으며, 지난 2월에는 김인규 KBS 사장을 '땡이뉴스의 주역'이라고 표현한 글을 KBS 사내 게시판에 올렸으나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차단' 조치를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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