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전시, 비상 상황에서 군 당국과 언론이 ‘국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업 언론인, 언론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해 비상 상황에서의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2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시- 비상 상황에서의 취재보도 준칙’ 긴급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예로 들며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시 상황에 군과 언론간의 긴장 혹은 갈등 관계가 고조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의 취재, 보도 과정에서 정부군과 언론은 기밀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타협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불협화음과 혼선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전시- 비상 상황에서의 취재보도 준칙' 긴급토론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군, 언론인들도 참여하는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윤 교수는 군 당국을 향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방공보규정’보다 더욱 구체적인 취재 및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군 당국이) 공보규정보다 더욱 구체적인 취재 및 보도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때, 일방적으로 군의 입장만을 반영하기 보다는 일종의 위원회를 구성해 언론인들도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가이드라인 집행이 실효성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를 향해서도 “비상 상황 보도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보도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며 “군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은 외부통제라는 요소를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뉴스판단의 자율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기에 BBC의 편집가이드라인과 같은 준칙을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가이드라인, 준칙이 아무리 잘 준비되어 있더라도, 언론인 스스로가 전문인으로서 자질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인터넷이 확산된 뒤, 모두가 기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 검증을 위한 노력, 보도 분야에 대한 심층적 이해, 그리고 보도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차별적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군 당국도 “비상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 준칙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원식 국방부 공보과장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군과 언론간의 협의로, 이를 통해 보도에 대한 합의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가이드라인이 없기에 금기사항 등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평도는 진돗개1, 을종사태 등이 내려졌기 때문에 취재와 보도에 있어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연평도 사건 초기 기자들 2백여명이 현지로 들어가는 등 근거 조항들을 강제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 작전 이후, 군에서는 작전 관련 취재 보도 준칙 초안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며 “언론단체, 전문가 등과 합의를 못해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마련한 초안을 자고 언론대표, 언론인, 전문가와 함께, 그리고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 합의안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선진 국가로서 취재 보도와 관한 준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수 KBS해설위원 또한 “군 당국에서 취재 보도 가이드라인의 초안 마련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언론은 과장·조작·왜곡 보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다룬 언론 보도에 대해 “보도의 사실성을 훼손하고, 과장, 조작, 왜곡 보도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영철 교수는 “이번 연평도 포격 보도에서는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도 마치 현장 목격이라도 한 듯이 ‘북한군 포격이 빚어낸 화염은 임 상병을 휘감았고, 철모외피에 불이 붙어 철모는 타들어갔다’(동아일보 11월26일)고 기사를 쓴 것은 사실을 극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KBS는 포공격을 받는 면사무소 CCTV 화면서 폭발음을 덧입혀 보도했으며, 조선일보 등은 독자가 제공한 사진을 보정해 포격 연기가 더욱 검게 보이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아울러 “전쟁을 보도하는 언론은 애국주의적 보도 태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공정 보도를 덕목으로 삼고 있는 언론인이라면 맹목적 애국주의 여론에 편승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편향 보도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하기로 했던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와 김귀근 연합뉴스 정치부 차장은 연평도 사격훈련 취재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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