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바탕의 후폭풍은 월요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해 조중동, 한경, 매경 등은 다음날 한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18일 지상파 특혜라고 규정하며 유료방송은 다 죽는다고 말했다.

그게 토요일이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종편의 앞길만 지켜봐야할 방통위가 지상파에 곁눈질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20일 뚝 끊어졌다. 오해가 풀린 것인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인지 종잡을 길 없지만 확실한 것은 후자로 보인다. 단언하건데 처음부터 오해는 없었다.

조중동 등 종편 예비사업자들은 방통위가 논의, 검토하겠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묶어 지상파 특혜라고 단정했다. 지상파 다채널, 중간광고 검토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종편 등 유료방송에 국한된 방송광고 규제완화가 무엇인지 거론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여론 조성의 노력이 현실화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이날 방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각각의 사안에 대한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중동 등 종편예비사업자는 지상파 특혜라는 여론 조성 효과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자신들에게 돌아올 특혜를 관심의 대상에서 밀어냈다. 전체적인 맥락상, 방송광고 규제 완화가 내년 종편 출범과 맞물려 진행된다는 점에서 최대 수혜자는 종편일 수밖에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유료방송에 한해 광고총량제 도입과 방송광고품목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중동은 여러 가지 중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검토를 뽑아내 지상파 특혜라고 몰아 세웠다. 중간광고는 종편 등 유료방송에선 가능하다. 방통위는 현재 지상파방송은 물론 종편에서도 불가능한 광고총량제를 유료방송에 한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정부 여당이 둔 악수, 종편이 영향을 미칠 미래는 방통위의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통해 짐작 가능하다. 시청률 출혈 경쟁 가능성이다. 시청률 경쟁, 프로그램 질 저하, 상업화 등 우려스러운 게 이만 저만 한 게 아니다. 문제는 방송광고 규제완화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조중동은 종편 걱정만 했다.

지상파 다채널을 대하는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케이블업계는 물론 시민단체와 시청자단체들도 ‘시청권을 훼손하는 지상파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가 도입되면 100여개 중소 채널들이 몰락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MBN 역시 “케이블협회 등은 유료방송시장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다채널을 결정하는 주체는 유료방송이 아니다. 시청자다. 지상파 다채널이란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 입장에서 지상파 방송망을 통해 다양한 채널을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유료방송의 장점인 다채널이 무료방송인 지상파방송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물론 케이블 등 다채널 방송의 입장에서야 반가운 일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이를 약탈적 시장 관계로 설명하거나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다채널은 시청자 선택권 확대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시청자 선택권 확대라는 차원에서 지상파방송 4사의 수신 환경 개선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지상파4사가 재원을 마련해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무료 지상파방송망을 정상화시켜 시청자가 무료와 유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지금 시청자들이 방송을 접근하는 데 있어 선택이라는 절차는 사라졌다. 유료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8할이 넘는다. 유료방송 희망사업자 조중동에게 지상파 수신환경 개선은 태클 걸 일이 못되는 듯싶다. 하긴 자기돈 들여 자기 망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데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조중동은 수신환경 개선에 대해서 침묵을 선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