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전문의약품에 대한 방송광고 규제완화 정책을 밝힌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규제 완화가 국민건강이 아닌 종합편성채널을 위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들의 의료비 상승 및 약물 오남용 확대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는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2011년도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규제완화 추진하겠다면서 ‘먹는샘물’을 비롯한 ‘의료기관’ 및 ‘의약품’에 대한 TV광고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20일 성명을 내어 “방통위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규제를 완화해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비용을 합법적인 광고시장으로 끌어내겠다고 했지만 이는 방송광고 늘리기에만 급급한 몰상식한 행위”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경실련은 “특히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이나 복용이 가능한 품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TV광고가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정보만을 습득해 특정약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약 오·남용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의약품은 직접 이용하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받고도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합리적 규제가 필요한 분야”라며 “전문의약품 TV광고는 의료와 약제가 하나로 운영되면서 전문의약품을 마음대로 구입하고 이에 따른 약물 과용과 오남용을 양산해 왔던 문제를 해소하고자 도입한 의약분업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가 전문의약품에 대한 방송광고를 허용한다면 의료광고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경실련은 “전문의약품의 방송광고를 허용하게 되면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로 인한 의료비 상승은 예측 가능한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방송광고 시장만 거대해지고 광고비용은 고스란히 약값에 축적돼 소비자인 국민과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 특정 언론사와 기업들을 위해 국민건강을 제물로 삼겠다는 것”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방통위 업무보고 직후인 17일 성명을 내고 광고규제완화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특히 방통위의 전문의약품에 대한 TV광고 허용은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것으로 특정 언론사와 기업을 위해 국민건강과 건강보험을 제물로 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전문의약품 광고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며 “전문의약품에 대해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하면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의약품 오용과 남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한미 FTA 협상에서 조차 미국 측이 전문의약품 방송광고 허용을 요구했으나 한국정부는 인터넷 전문사이트에서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매우 제한적인 광고허용조치만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전문의약품의 광고비용은 곧바로 국민들의 의료비증가는 물론 건강보험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문의약품 광고비용은 곧 국민들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전문의약품 전체를 건강보험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는 곧바로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GDP의 16%를 의료비로 쓰면서도 전 국민의 15%가 건강보험이 없는 최악의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같은 결과에는 전문의약품 광고 전면 허용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의료보건단체연합은 “전문의약품 광고문제는 2001년 의약분업 시행 때부터 최근 한미FTA 협상까지 보건복지부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처를 유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런 문제가 국민들의 건강문제로 논의되는 게 아니라 방송시장 키우기 차원에서 방통위에서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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