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월요일 EBS <책 읽어 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 '김훈의 남한산성'편의 한 장면. 소설의 주요 문장을 진행자와 성우가 읽어주는 것은 기본이며, 소설의 역사적 배경인 병자호란까지 충실히 설명해준다. 김훈과 직접 남한산성을 찾아가는 장면까지 보태지니 화면이 더욱 생생하다. 책을 읽은 사람에게도, 읽지 못한 사람에게도 아쉽지 않은 방송이었다.

그러나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훈 책상위에 놓여있는 몽당연필이다. 그의 모든 글이 컴퓨터가 아니라, 연필로 꼭꼭 눌러쓴 원고지 위에서 완성됐다는 사실에 책을 새삼스레 다시 보게 만든다. 그의 연필이 짧아지는 만큼, 그래서 작가가 고통스러운 만큼, 독자들은 쾌락을 느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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