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올해의 사자성어 '장두노미'. 휘호 素石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 교수신문
2010년을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藏頭露尾’(장두노미)가 선정됐다.

'장두노미'는 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 즉,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 필진, 주요 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2명 가운데 41%가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고 밝히며, 그 밖의 후보로는 반근착절, 자두연기 등이 있었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장두노미에는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속으로 감추면서 들통 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빗대는 것이다.

'장두노미'는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와 왕엽이 지은 『도화녀』라는 문학작품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머리가 썩 좋지 않은 타조는 위협자에게 쫓기면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하고 쩔쩔맨다는 뜻이다. ‘몸통을 감추고 그림자마저 숨긴다’는 장형닉영(藏形匿影)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올 한해,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표방해왔지만 민간인 불법사찰을 비롯하여 검찰의 편파 수사, 한미FTA 굴욕 타결, 예산안 날치기 등 사회적 상식과는 동떨어진 여론몰이가 횡행했다. 올해의 사자성어에 '장두노미'가 선정된 것은 정부의 이러한 일방적 여론몰이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수들은 올해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건을 꼽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가장 기뻤던 일은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활약을 꼽았고, 6·2지방선거 결과와 G20정상회의 개최도 기뻤던 일로 꼽혔다.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실천을 한 인물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故 리영희 교수라고 응답한 답변이 많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